‘수저’ 때문이 아니다!
상태바
‘수저’ 때문이 아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3.10.06 11: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창수 교수 칼럼
서창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미국의 빅테크 기업가이자 혁신가라고 할 수 있는 일론 머스크의 자서전이 화제다. 전기 전문작가 월터 아이작슨이라는 사람이 무려 2년간 일론 머스크를 인터뷰해서 저술한 그에 대한 평전이 평소 그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관심이 많았던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의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일론 머스크의 평소 이미지와 기행, 엉뚱한 발상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 기술의 선구자, 천재성을 가진 기업인, 일반인들의 수준을 넘어서는 각종 기행이나 언어들, 테슬라, 스페이스X 등 선도적 기술기업의 경영자 등이 그에게 붙여지는 수식어들이다. 세 여성과의 사이에서 10명의 자녀를 두고, 심지어는 정식 부부관계가 아닌 회사의 여직원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정자와 그 여직원의 난자를 체외 수정하여 두 쌍둥이를 두기도 하였다.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우뚝 선 위인

그러나 그것보다는 자서전 출간에서 드러난 그에 대한 특이점은 다른 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그는 10대에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고 재혼한 엄마를 따라 의붓아버지를 만났으나, 아버지의 폭행과 학대로 집을 나갈 정도로 불우한 가정환경을 겪는다. 더구나 친구들의 왕따와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힘든 학창시절을 보낸다.

당시 남아프리카 내의 흑백 인종차별 등으로 미래비전이 없다고 판단한 그의 가족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데, 거기서도 이민 초기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론 머스크는 힘든 농사일과 건설공사판 일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리고 미국으로 다시 이민을 가고 대학에 입학하지만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대학 졸업보다는 기업에 취업하고 창업의 삶으로 들어간다. 기업을 창업하고 전기자동차나 위성 인터넷 사업, 우주발사 사업에서 망할 고비를 여러 번 넘기지만, 지금까지 결과로 보면 성공한 혁신 기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그 사람의 어린 시절과 훗날 후기 인생의 인과관계를 말하려는 사람들은 어린 시절이 상대적으로 평탄하고 유복하며 별 구김 없이 자란 사람들이 나중에도 평탄하고 비교적 만족스런 인생을 사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일론 머스크의 어린 시절은 평탄하고 유복했다기보다는 그 반대였다.

불우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례의 하나가 미국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아버지가 사망하였고, 아버지 없이 태어난 유복자였다고 한다. 어머니는 생계유지를 위해 외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외할아버지 밑에서 성장했다. 어머니가 재혼한 후에는 가정 폭력을 일삼는 새아버지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같은 민주당 출신 대통령으로 미국 44대 대통령을 지낸 버락 오바마 대통령 또한 평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최초의 아프리카계 대통령,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미국 역사에 길이 남을 대통령이지만 어린 시절은 아주 불우하였다고 한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오바마는 2살 때 부모의 이혼을 겪고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새아버지의 고향 인도네시아로 건너갔다. 거기서 기독교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다가 외할머니가 있는 미국 하와이로 이사하여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의 새 아버지는 네 번의 재혼으로 이복동생이 여러 명이고, 어머니 쪽으로도 아버지가 다른 여동생이 있어서 형제자매 관계가 아주 복잡하였다고 한다. 아프리카 아버지와 인도네시아 아버지를 두고 인도네시아, 미국을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낸 오바마 대통령 역시 상대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악조건을 호조건으로 역이용하라

어쨌든 위의 세 인물은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인물들이다. 사고를 치거나 악행을 저지른 유명인들이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유명한 사람들이다. 더구나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선진화된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인이 되고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실현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특출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무엇인가 남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을까 해서 누구나 그 인물들의 어린 시절 삶이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위의 세 인물의 경우는 간단히 살펴보아도 결코 좋은 환경이나 집안이 아니라 오히려 불우한 쪽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예민한 청소년 시절에 겪은 불행한 일은 비행 청소년으로 빠져들게 하기 쉬운 악조건들임에도, 그들은 좋은 조건에서 자란 사람들보다 결과적으로는 더 훌륭한 사람이 되었고 더 큰 지도자가 되었다.

여러 가지 교훈적인 이야기가 가능하겠지만, 필자는 한 가지를 말하고 싶다. 타고난 환경이나 집안이 훗날 인생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정해진 공식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당사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다소 맥 빠지는 결론일 수 있지만 지금 각자가 처한 환경이 좋든 좋지 않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해서 미래 어떤 성과를 낼 것인가는 결국 당사자의 식견과 지혜, 의지와 마음자세에 달려있다.

위의 세 사람은 어린 시절 최악의 조건에서 얼마든지 불량 청소년으로 빠지거나 큰 꿈을 갖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악조건들을 자신을 강하게 만들거나 배울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그 악조건들을 오히려 호조건으로 역이용한 사람들이다.

결국 자신의 타고난 조건이나 환경을 탓하는 것은 비겁한 것이다. 얼마든지 주어진 환경이나 여건을 극복하고 오히려 더 좋은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전적으로 본인의 통찰과 의지, 비전과 삶의 자세에 달렸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수저론은 일종의 자기변명에 불과할 수 있다.

물론 정말 극복하기 어려운 환경과 여건이 분명히 있다. 억울한 경우도 많고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어려운 환경에 처한 우리의 자세만은 위의 세 사람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

서창수 교수는…

전)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전)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