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정확한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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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속하고 정확한 검사 결과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3.10.05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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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업 | 이영지 임상병리사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하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한 중심엔 임상병리사가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확진자를 대거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임상병리사들의 활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임상병리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많은 양의 검사를 빠르게 진행했던 것. 한 순간의 방심, 잠깐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곳에서 근무 중인 임상병리사, 이영지씨 를 만나 임상병리사는 어떤 직업인지 자세히 들어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분자진단검사 수탁기관에서 근무 중인 4년차 임상병리사 이영지입니다.

 

Q. ‘임상병리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소개해주세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도 덧붙여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임상병리사는 환자의 질병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도록 검체를 채취하고 분석하여 의사 선생님께 전달하는 업무를 합니다. 또 검체가 아닌 환자의 신체를 직접 검사하는 생리기능검사를 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심장이나 혈관, 근육과 같은 곳에 이상이 없는지 의사 선생님이 판단하실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전달하는 업무를 담당해요.

진단검사의학과나 병리과 같은 검사실 안에서 근무하는 경우, 환자와 마주칠 일이 없지만 채혈이나, 폐기능, 심전도, 근전도 같은 검사도 임상병리사의 업무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신 경험이 있다면 한 번쯤 병리사를 마주치셨을 거예요. 검사를 실시하는 사람이 임상병리사라는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저는 병원이 아닌 수탁검사기관에서 근무 중인데요, 수탁검사기관이 무엇인지부터 설명드릴게요. 병원에서 다양한 검사를 케어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채취한 검체를 전문 수탁기관에 위탁해요. 검체를 위탁받은 수탁기관에서는 의뢰된 검사를 진행하여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파트도 매우 다양한데요, 그 중에서도 저는 분자진단 전문 수탁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가 팬데믹 상황일 때 모든 임상병리사처럼 저도 고생을 많이 했어요. 여러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 의뢰가 너무 많이 와 어떤 때는 한끼도 못먹었어요. 16시간 동안 꼬박 PCR만 하기도 했고, 한 달에 딱 하루 쉬고 계속 출근해서 일하기도 했었고요. 주간팀과 야간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스케줄상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데도 하루에 두 번씩 같이 일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 반복될 정도였어요. 모든 검체가 응급이다 보니까 TAT(turn around time)가 짧아 쉼없이 검사를 돌려야 검사결과가 가까스로 제시간에 나갈 수 있었거든요. 정말 전 세계적으로 힘들었던 기간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임상병리사라는 직업과 제가 맡고 있는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조금 더 수월해졌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기도 했고요.

Q. 임상병리사를 직업으로 갖고자 한 직접적인 계기가 있으신지요?

학창시절에 생명과학을 좋아했고, 그 중에서도 분자파트에 가장 흥미를 느꼈어요. 안정적인 직업을 원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직을 갖고자 항상 생각했어요. 흥미와 직업 안정성, 전문직이라는 3개의 직업선택 기준의 교집합이 되는 지점에 임상병리사라는 직업이 있었던 것 같아요. 같은 임상병리사라 해도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파트도 다양하고 취업할 수 있는 분야도 다양해요. 임상병리학과를 나와도 직업선택의 폭이 넓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조금이나마 안심이 되었던 것 같아요.

 

Q. 임상병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3년제 이상의 관련 학과에서 필수 학점을 충족시키면 한 해에 한 번 시행되는 국가면허시험을 치를 수 있어요. 이 시험에 합격해야 해요. 3년제로 운영되는 관련 학과의 경우 필수 학점을 채우기에는 기간이 타이트해서 한 학기에 23학점을 이수하기도 했어요. 실기 연습도 해야 하니 매 학기 정말 바빴어요. 국가고시가 다가오면 졸업 학년의 마지막 학기 동안 학교에서 교수님들을 초청해 특강도 많이 해주시고, 선배들이 족보를 주시기도 해요. 받아서 열심히 풀고 나면 국가고시는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의료기사와는 다르게 실기시험 또한 필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기에서 시연을 해야하는 것보다 긴장이 덜 되는 것 같기도 해요.

 

Q. 필요한 역량과 자질이 있다면요?

다른 직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꼼꼼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환자의 생명과 연결된 일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꼼꼼하게 이루어져야 해요. 또 병리사 특성상 반복적인 업무가 많기 때문에 아주 잠깐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진 채로, 무의식적으로 업무를 하면 실수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확인하려고 하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학부 때 병원으로 실습을 나갔는데, 실습 병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들께서 우스갯소리로 병리사 애인은 만나지 말라고 할 정도였어요.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하려다 보니까 예민하고 마음 씀씀이가 작아진다고 그러시더라고요(웃음). 근데 저는 남자 임상병리사 선생님들이 큰손으로 작은 검체를 잘 다루시는 거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Q. 직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세대를 거칠수록 의료서비스 자체는 현대인들에게 더 가까워지고 있고, 그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어요. 그 중에서도 진단검사는 치료의 나침반이라고 생각하고요. 검사를 실시한 환자의 수치를 정확히 판단해야 치료의 방향을 정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의학의 발전과 늘어나는 관심이 곧 진단검사 시장의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검사법이 생기고, 좋은 장비가 나와도 결국 사람이 해야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헬스케어와 관련된 사업도 많아지고 있고, 병리사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다양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업무 환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어떤 업무를 담당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병원이나 수탁기관의 진단검사의학과 기준으로 말씀드려 볼게요. 응급 환자들의 검사결과를 바로바로 내줘야 하기 때문에 3교대도 흔하고 당직도 나가야 해요. 특히, 수탁기관은 추가 근무도 많고 주기적으로 주간, 야간 로테이션을 돌기도 해요. 몇 년 전처럼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찾아오면 주야 구분없이 일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사명감이 없으면 직업 만족도와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질 수 있어요. 같은 직종의 친구들을 만날 때는 오프를 고려해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약속 날짜는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적성에 잘 맞고 전문적인 실무지식과 노하우가 쌓이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장하는 자신을 볼 때, 계속 배우고 싶어지기도 할 거예요.

 

Q. 일을 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드신가요?

같은 행동을 반복적으로 해야할 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앉아서 몇시간씩 파이펫*을 쥐고 손가락만 구부리다 보면 현기증이 날 때도 있어요. 처음 임상을 나왔을 때는 많이 긴장하기도 하고, 노하우도 없어서 모든 과정을 눈이 빠지도록 꼼꼼하게 진행하다 보니 퇴근하고 집에서 바로 뻗는 일이 많았어요. 업무가 익숙해진 후에는 정말 기계처럼 일하고 있어요. 혼자 속으로 타임어택 놀이를 하며 업무를 재밌게 잘 하는 방법을 터득했지만, 반복되는 업무가 맞지 않는 분들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파이펫: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적은 양의 액체를 정확하게 흡입, 분주하는 기구

 

Q.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많은 양의 일을 했을 때 가장 뿌듯해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가 비소세포폐암 환자분들의 돌연변이 타입을 분석해 결과를 전달하는 일이에요. 돌연변이의 종류에 따라 항암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의 치료방향 설정에 중요한 데이터가 되고 있어요. 제가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은 폐암 환자들이 각각의 타입에 맞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많은 도움을 드렸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검사를 많이 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Q. 일 외적인 질문입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쉬는 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게 저의 소확행입니다. 국가고시 준비할 때도 목표치 공부량을 마치면 피시방에서 한시간씩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했어요. 게임을 더 하고 싶어서 공부 목표치를 빨리 마치기도 했고요. 그래서 누군가 물어보면 국가고시 합격의 숨은 일등 공신은 게임이라고 항상 이야기해요. 날씨나 계절을 타지 않는 취미이기도 하고,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일이 취미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Q. 향후 커리어 목표가 궁금합니다.

꾸준히 배움을 찾아가는 병리사가 되는 것이 목표예요. 제가 매일 하고 있는 단순한 일은 누구나 금방 배울 수 있는 난이도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임상병리사라는 자격이 있는 사람들만 검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임상병리사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전문인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파악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어떤 업무를 맡게 되더라도,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장비와 검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의료기술인이 되고 싶어요. 잘 성장해서 많은 환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공하고 싶습니다.

 

Q. 병리사를 꿈꾸는 분들께 응원과 조언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상병리사는 정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어요. 그게 최고의 메리트라고 생각해요. 학부 때는 이 많은 전공지식을 어디에 쓰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임상에 나와 자의든 타의든 내 분야가 정해지면 전공책에서 잠깐 스쳐갔던 몇 페이지가 내 직무에서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이 되기도 해요. 대학교에서 배우는 전공 공부와 임상에서의 실무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여서 졸업하고서도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요. 같은 병리사끼리도 하는 업무가 다르면 대화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검사 업무가 아니어도 회사나 공기업 등에도 취업이 가능하고 한 분야에 몇 년 이상 근무한 자에 한해 전문임상병리사 시험을 치르면, 더 전문적인 임상병리사가 될 수도 있어요. 도전해 볼 기회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 매력적인 직업이라 생각해요. 병리사를 꿈꾸는 모든 분들이 포기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꿈을 이루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응원합니다!

·사진 / 이은지 기자 leeeunji_02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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