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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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중요해!
  • 이상미 기자
  • 승인 2023.11.10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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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구상 1급 응급구조사

 

어렸을 때부터 막연하게 사람을 살리는 일, 흔하지 않은 일, 긴박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최구상 응급구조사. 그는 불이 나면 구경하는 사람이 되기보다 불을 끄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사고가 나면 신고하는 사람보다는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그의 내면의 욕구와 생각은 현실이 되었고 긴 과정을 거쳐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최구상 응급구조사의 꿈을 실현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어보자.

 

최구상 응급구조사는 어려서부터 타인을 돕는 것에 관심이 많았고, 급한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응급구조사로서의 삶은 어쩌면 천직이지 않을까.

“응급구조사가 되고 실제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저의 성향과 정말 잘 맞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거예요. 어떤 이는 ‘아드레날린 중독’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긴박한 상황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물론 나쁜 상황이 발생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저에게는 잘 맞는 것 같아요.”

응급구조사의 꿈을 실어 응급구조학과 진학

응급구조사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현장에서 환자를 만나는 상황을 가정한 직업이다. 그는 자신의 성격과도 맞아 대학 진학 시 응급구조학과를 선택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과거에는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했다는 것만으로도 소방학교에서 특채로 채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삼풍백화점 사건 이후로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가 생기면서 응급구조학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삼풍백화점 사건 당시 그런 상황에 대비한 인프라가 없었고 구급차도 부족해서 승용차에 환자를 실어서 나르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미국의 경우, 근 100년간 수많은 전쟁을 하다 보니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먼저 발전하기도 했고요. 응급구조학과의 모든 과정이 병원전(pre hospital) 환경에 출동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구급대원을 만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배울 때 공부가 너무 재밌고 잘 맞았어요. 하지만 ‘실무에서도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 가운데 다양한 현장에서 경험을 쌓다 보니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이 잘 맞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응급구조학과를 졸업하면 병원소속이나 사설의 응급구조사로 일하거나 119 구급대원으로도 일할 수 있다. 119의 경우, 상황실에서 전화를 받고 인접한 센터로 연락을 하면 담당 안전센터에서 출동을 하게 된다. 

“병원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면, 실제 현장으로 나가는 거의 일을 없어요. 병원 응급실로 오는 환자를 맡게 되는 게 주된 업무이고 간혹 이송업무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심폐소생술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응급실 의료진과 함께 일하는 경우가 많고, 병원마다 담당하는 업무가 다를 수 있어요. 2년 동안 병원에서 일했는데, 일주일에 2~3번은 심폐소생술을 했어요. 개인적으로 심정지 생태로 온 환자이거나 체감상 느끼는 생존율은 20%가 안 돼요. 드라마나 TV에 보면 환자를 살리는 경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은데 현실에서 느끼는 생존율은 그리 높지 않아요. 아무래도 제가 근무했던 곳이 만성질환, 암환자가 많은 곳이라서 생존율이 좀 더 떨어졌던 것도 같고요.”

응급구조사는 자격증 취득이 필수

응급구조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관련 학과 졸업 후에 1급 응급구조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름은 같지만 2급의 경우는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전문 양성기관을 통해 취득할 수 있는데, 1급과 2급은 법적으로 정해놓은 업무 범위가 다르고 차이가 있다. 응급구조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에는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보수 교육을 들어야 하고, 때로는 업그레이드된 기술 자격을 취득하기도 해야 한다. 대부분의 응급구조사가 다양한 자격증을 따긴 하지만 여러 가지 종류의 자격증을 많이 갖춰놓으면 그것이 곧 자신의 스펙이 될 수 있다.

“저는 졸업할 때 직무 관련 자격증을 5개 취득했어요. 졸업 후에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더 공부했고요. 보통은 2년 정도 텀으로 교육을 다시 듣게 되죠. 아무래도 계속 의학적으로 업데이트가 되기 때문에 계속 배우지 않으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각 기능에 대한 가이드 라인도 5년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보수교육의 내용도 달라집니다.”

근무처마다 다르긴 하지만 응급구조사는 교대 근무를 하다 보니, 몰아서 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고, 평일에 한가할 때 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모든 기관이 그렇진 않지만 대부분 야간근무를 하고 야간수당을 받을 수 있어서 비슷한 또래의 일반 직장인보다 좀 더 높은 급여를 받기도 한다. 물론 3교대의 스케줄로 일을 해야 하다 보니 그로 인한 제약도 많이 있다.

“제가 일했던 병원은 아침 7시~오후 3시반, 아침 9시~저녁 6시, 오후 2시 ~ 밤 10시, 밤 10시~새벽 6시로 근무를 했는데 보통 한 달 전에 스케줄이 나와요. 그러다 보니 여행을 가고 싶을 때는 그 전에 미리 이야기를 하고 근무 스케줄을 미리 조정해야 하죠. 지인들과 약속을 잡거나 경조사나 모임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대부분 교대 근무가 힘들어서 상근직을 원하는데, 저도 나이가 들면 힘들어질 수 있겠지만 아직은 괜찮은 것 같네요(하하).”

침착함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중요

최구상 구조사는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추락, 교통사고 등 큰 사건사고를 접했다. 하지만 응급실에 올 정도의 상태가 아닌데 응급실에 와서 혼선을 주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고. 이런 일을 예방하고자 의료 관계자들은 응급실에서도 집에 보낼 사람, 경증인 사람, 중증인 사람을 나누는 환자 분류 과정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사실 진짜 응급환자는 말을 못해요. 응급실에서 말도 잘하고 요구하는 사항이 많은 분들이 꽤 있는데, 이런 분들은 대부분 진짜 응급 상황이 아닌 거죠. 병원 응급실은 흡사 전쟁터와 같은 곳이에요. 정말 응급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방문을 자제해 주셨으면 기대합니다. 그래야 정말 위중한 사람을 돌볼 수 있거든요.”

응급구조사는 갑자기 일어난, 예상치 못한 일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트레스에 좀 둔감한 편인 사람이 잘 견디는 경향이 있다.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가 변하고 수많은 변수들이 생기는 위험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한걸음 물러나 전체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침착함도 필요하다.

앞으로 현장에서의 경험을 더 쌓은 후에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도록 응급구조 전공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최구상 씨. 응급구조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그가 해줄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은 무엇일까.

“위급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은 가장 기본인 것 같아요. 당황하면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리고 동료들과 일할 때 감정을 표현하거나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한 능력인 것 같아요. 소리를 지르는 순간 커뮤니케이션이 망가지고, 감정이 올라오면 아무래도 함께 일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사람이 당황을 하면 터널 시야라고 해서 상황을 보는 시각이 좁아져서 올바른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요청하는 것과 다른 걸 준다거나 요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응급구조사라면 어떤 경우에서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시야를 넓게 보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일이 당연히 어렵고 힘든 것은 있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마음과 자세를 갖춘 분들이 많이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최구상 응급구조사의 기억에 남는 응급 사례

* 의료진들이 감정적으로 힘들어했던 사건이 있었어요. 지병이 있는 60대 후반 남성분이 심장이 멈춘 상태로 오셨는데, 심폐소생술을 해서 심장은 뛸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정도 혈압이 유지가 되어야 뭔가 다른 걸 시도할 수 있는데 혈압이 회복이 안 돼서 결국 아드님이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면회를 할 수 자리를 마련해 드렸죠. 아들이 울면서 누워있는 아버지 손을 잡고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시도해 보자고 의료진이 합의해 아드님을 다시 내보내고 조치를 시작하는데 다시 또 혈압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아드님을 부르고 하는 일을 5번이나 반복했어요. 의사가 결국 그만하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거든요. 최선을 다 했지만 결국 환자가 사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 환자의 응급도를 판단해서 알려주는 간호사가 굳은 얼굴로 응급실에 들어왔어요. 50대 정도 되는 남성분이 이불을 안고 들어왔는데 처음엔 그 남성분이 환자인 줄 알았죠. 근데 살펴보니 이불 안에 신생아가 있었고, 태어난 지 2시간 밖에 안 된 아기가 심정지여서 심폐소생술을 했죠.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딸이 임신 사실을 숨기다가 결국 혼자 집에서 출산을 하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해서 아기가 심정지가 왔고, 너무 늦게 부모님에게 연락을 해서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늦었던 거죠. 심폐소생술을 30분을 했는데, 주변 사람들도 정말 아무 말도 못하고 분위기가 정말 엄숙했어요. 결국 사망선고를 하는데, 아기가 이름도 없어서 다들 더 마음 아파했었던 것 같아요.

*20대 중반 여성이 자살을 시도했어요. 질식한 시간이 길어서 뇌사 상태가 되었어요. 뇌사 상태가 되면 의사가 장기기증을 물어보는 게 매뉴얼인데, 가족들이 고민해보겠다고 하다가 1주일 후에 결국 장기기증에 동의를 하신다고 해서 서명을 받았죠. 서명자에 여성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1살 차이 오빠가 서명을 한 걸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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