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라떼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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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라떼 효과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3.11.2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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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김수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한 선생님께서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하면 시장을 가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아마도 활력 넘치는 시장을 통해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보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 근처에는 110년 전통의 5일장이 열리고 있다. 5일장은 조선 중엽 이후 크게 번성하였다. 당시 5일장은 하루에 걸어서 왕복할 수 있는 30리~60리의 간격을 유지하며 전국에 벌집 모양으로 흩어져 있었다. 이렇게 시장이 벌집 모양으로 분포되었던 것은 시장을 전국에 빈틈없이 가장 효율적으로 존재하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많은 변형이 있을 수 있지만 3일장은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된 결과이다. 모든 5일장의 경제적·사회적 기능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장의 거래액, 그 시장에 의존하는 인구 또는 촌락의 수, 그리고 교통·수송수단 등에 따라 존립하게 된 것이다.


인근 촌락의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열리는 가장 낮은 단계의 장이 ‘소시장’이다. ‘지방중심시장’은 가장 높은 단계의 장이다. 지방중심시장은 일반적으로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하며 도매업을 겸하고 있다. ‘중간시장’도 존재하는데, 이 시장은 소시장과 지방중심시장의 중간에 해당하는 시장이다.


5일장은 1·6일장, 2·7일장, 3·8일장, 4·9일장, 5·10일장의 다섯 가지 형태로 열리는데, 1·6일장은 1일·6일·11일·16일·21일·26일 열리는 장을 말한다. 전통의 5일장에 가면 획일성보다는 다양성,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보기 힘든 삶의 현장과 스토리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활력을 되찾고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어찌 보면 책보다 더 많은 교훈과 배움을 빠르게 체득하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2023년도 이제 두 달이 남았다. 이쯤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자신의 1년을 되돌아본다. 특히, 소비습관을 돌이켜본다.


매일 식사 후 4.000원의 커피를 마시지 않고 저축한다면 한 달 동안 12만 원을 모을 수 있고, 1년이면 146만 원을 모을 수 있다. 이렇게 꾸준히 30년간 커피를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면 물가상승률, 이자 등을 감안해 약 2억 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티끌 모아 태산 또는 소액 저축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미국의 재정 전문가 데이비드 바흐는 무심코 하는 소액 지출을 줄이거나 다른 것으로 대체하여 장기적으로 저축하면 크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예로 들었다. 식사 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의 값을 아끼면, 기대 이상의 재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를 카페라떼 효과(Caffe Latte Effect)라고 한다.


이 용어는 단순히 안 쓰고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낭비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곳에 의미 있는 지출을 하자는 뜻의 신조어다. 최근 유행하는 ‘짠테크(짜다+재테크)’와도 비슷하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자는 지출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돈을 쓰는 ‘카페라떼’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저축습관을 들여보면 어떨까.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정승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고 권하고 싶다.


날씨도 좋고 햇살도 좋은 11월, 주변의 골목가게나 동네 시장 또는 재래시장을 한 번 둘러보자. 그렇게 둘러보다 응원할 가게를 찾으면 지갑을 열고, 가치있는 소비를 통해 나의 행복지수를 높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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