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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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가자!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3.12.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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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 창 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서 창 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대부분 한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옛 소련연방국가의 하나로, 소련연방 해체로 독립해서 지금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로 급격한 경제발전을 하고 있는 나라다. 인근의 “탄”자로 끝나는 5개 국가와 함께 중앙아시아를 구성하고 있고, 그 한 가운데 위치하면서 교역의 중심지, 혁신의 중심지, 협력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고려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나라, 미인이 많은 나라(근거 없는 주장) 정도로 피상적으로 이야기 되고 있고, 동남아나 미국 유럽, 일본과 중국에 비하면 아직은 다소 멀고 관련성이 적은 나라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교육규모가 큰 곳도 아니고, 여행을 많이 가는 나라도 아니다. 그런데 반대로 우즈베키스탄 입장에서는 한국은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나라로 아주 중요한 국가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일종의 짝사랑이다.

우즈베키스탄이 멀리 떨어져 있고, 관계도 적던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 옛 대우그룹이 자동차 공장을 우즈베키스탄에 지으면서 부터다. 당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라는 모토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대우 공장을 지었다. 동 유럽뿐 아니라 아프리카, 남미까지 안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대우의 이름으로 세계경영을 펼치던 때다.

당시는 러시아 등 공산권 국가와는 국가차원의 정식 외교관계도 없을 때인데, 우즈베키스탄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고 결단이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들었고 자동차를 만드는 나라라는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동차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놀라면서도 엄청 반가운 손님이었다.

 

한국의 김밥, 해외에서 유명해
길거리를 걸어가면 어떻게 알고 다가와서 한국말을 건다. 택시를 타면 서툰 한국말로 말을 걸고 택시비를 안 받겠다고 한다. 청년들이나 대학생들은 한국을 가장 가보고 싶어 하고 한국말을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어라고 말한다. 젊은 친구들은 한국 이름을 갖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로, 대학과 길거리에서 철수와 영희를 만날 수 있다. 김밥과 오뎅, 떡볶이가 컵라면과 한국 과자, 초코파이와 함께 길거리 상점을 들리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일상의 먹거리가 되었다.

이 나라는 사면이 육지로 둘러싸여서 어느 방향으로라도 두 개 국경을 지나야만, 바다를 만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순전한 내륙 국가이다. 해산물이 귀하고 바다를 유달리 그리워하는 나라다. 이런 나라가 최근 미역과 다시마, 김을 찾기 시작하였다. 얼마 전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몸에 “요오드(Iodine)”성분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보다 많은 요오드 성분섭취가 필요하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평소 해조류와 어패류를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없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이것이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현지에서는 해조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한국의 김밥이 해외에서 유명해진다는 소문과 함께 김, 미역, 다시마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코이카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거의 매달 방문하고 있다. 요사이는 출국할 때 김을 사가지고 가서 지인들에게 선물을 준다. 최고의 선물로 환영을 받는다.

며칠 전 수도인 타시켄트에서 새로 생긴 김밥 집을 간 적이 있다. 한국에서 9년 전에 와서 분식집을 운영하는데, 몇군데 분점을 내서 운영할 정도로 자리를 잡은 중년 여성분이 주인이었다. 식당에서 몇몇 한국 젊은이들과 현지 음식점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엿들었다. 현지에서 요사이 한국 음식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주요 지방도시에서도 한국 음식점을 내는 한국인들이 다수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청년들이 현지서 한국 음식점 운영에 대한 관심이 높고, 실제 한국 청년들이 와서 문의를 하거나 알아보는 경우도 다수 있다고 하였다.

대화의 주제도 아주 구체적이었다. 한국 강남의 인기 메뉴가 거의 실시간으로 현지에 소개되고, 시식을 해서 먹히면 바로 “강남메뉴”로 소개하고 팔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놀라운 속도이고 놀라운 청년들이었다. 더구나 여기로 진출하면 이웃하는 5개의 “탄”자 국가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시장으로 진출이 가능하다고도 하였다.


과잉경쟁을 넘어 세계로!
진정으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더구나 한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가 옛날과 확실하게 달라져서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일종의 코리안 프리미엄이 붙었다. 안에서는 프레미엄이 붙었는지 안 붙었는지 확인할 수가 없다.

나가서 밖에서 봐야만 보이는 우리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하찮은 김과 미역, 다시마가 먹거리의 필수품처럼 취급하는 나라도 있다. 바로 무역만 할 줄 알면 당장 사업을 시작할 수도있을 것이다. 우리 음식에 대한 약간의 관심만 있다면, 해외서 음식점을 운영할 수도 있겠다. 국내서 한집 건너가 음식점이고, 음식점 차려서 3년 가기 어렵다고 한다.

일단은 나가야 한다. 국내에만 머물면 이런 기회를 만날수가 없다. 보이지도 않는다. 국내의 좁은 시장과 심한 경쟁은 한국인 누구에게나 벅차다. 이미 짜여진 시장과 경쟁 구조에서 새로 진입을 하는 것은 한계가 많다. 반면에 해외는 국내에 비하면 거의 황무지에 가깝다. 물론 해외 시장을 너무 쉽게 보자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낮선 문화와 이질적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은 국내에서 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더 많은 위험이 있다.

문제는 국내다. 너무 한정된 규모에 너무 획일화된 패턴에 너무나 동일한 정보 속에 서로가 땅따먹기 하는 적자생존 구조다. 한정된 시장에 과잉경쟁이다. 청년 실업문제, 중장년 실직문제, 노년 일자리 문제 비슷한 양상이다. 반면 해외는 다르다. 특히 우리나라 청년들이 갖춘 실력과 경험, 용기와 도전정신을 생각하면 국내서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적은 노력으로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우리 청년들의 글로벌 시장에 대한 소심함이다. 외국, 영어하면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막연함과 두려움이다. 일상화된 해외여행이나 누구나 가는 교환학생 제도 등이 있지만, 지금도 우리 청년들은 근거 없는 두려움이니 소심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정말 촌스럽다. 뚜렷한 처방, 확실한 노하우 따로 없다. “일단 저질러라. 그러면 다 해결되리라!” 일단 나가라! 다 해결된다!


서창수 교수는…

전)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전)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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