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다반사(茶飯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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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다반사(茶飯事)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3.12.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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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의 '커피 이야기'
김 수 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김 수 진 교수(남서울대학교 호텔경영학과)

12월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고, 기억하는 날은 12월 25일, 크리스마스(성탄절)일 것이다. 어린시절, 산타 할아버지가 양말에 큰 선물을 넣어두고 갈 거라는 순수한 상상을 하면서 잠을 설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선물을 확인하던 행복한 기념일의 설레였던 마음이 생각난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갈수록 그 설렘 가득하고, 따뜻한 기념일은 사라져가고, 기념일들 대신에 각종 회의와 업무, 출장 등으로 채워져 가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거나 챙겨주는 것도 좋지만 이번 연말은 나에게 선물을 챙겨주는 것은 어떨까.

 

음식과 패션이 가장 우아한 형태로 결합되는 장소는 레스토랑이 아닌가 싶다. 프랑스의 엘리트를 상징하는 두 가지 문화코드가 오트퀴진(Haute cuisine)과 오트쿠튀르(Haute couture), 즉 식사와 멋진 의상이다. 프랑스 상류층 여성들은 19세기부터 ‘식사때마다 다른 의상을 착용하는 것(Dressed to Dine)’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에는 잠자리에서 방금 나온 듯 편안해 보이는 가운을 걸친 의상, 오후 다과에는 형식적이지 않고 캐주얼한 의상, 저녁 만찬에는 완벽한 정장 드레스를 입는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 일하는 여성이 증가하면서 비즈니스 정장이나 칵테일 드레스가 간편한 저녁의상으로 첨가된 것이 ‘드레스 코드’로 정착된 것이다.

 

다반사(茶飯事)란,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일이나 예사(例事)로운 일을 의미한다. 한자로 살펴보면, '茶'는 차를 뜻하고, '飯'은 밥을 뜻하며, '事'는 일을 뜻한다. 즉, 예사로 있는 보통 일이라는 뜻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12월은 누구나 가장 정신없고 바쁜 달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간 내기가 힘들다면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있으면 즐길 수 있는 고소하고, 달달한 인스턴트 커피로라도 쉼을 가져보자.

 

인스턴트 커피라는 말은 2차 세계대전 직전에 커피의 광고 선전 문구로 처음 사용되었고, 그 이전에는 솔루블 커피(soluble coffee: 물에 녹는 커피)라는 용어가 주로 사용되었는데 현재에도 외국에서는 이 용어가 더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00년 이전 영국에서는 인스턴트 커피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커피 농축액이 이미 음용되고 있었는데, 이것은 원두분쇄커피를 추출한 후 설탕을 첨가하고 감압농축한 것으로 오늘날의 인스턴트 커피와는 비교하면 맛과 향이 형편 없었다고 한다. 물론 이 커피는 희석해서 마셨지만, 커피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멕시코의 경우 조금 다르게 진한 액상의 커피 추출액을 현재에도 널리 음용하고 있다.

 

실질적인 인스턴트 커피 개발의 실마리는 1899년 미국에서 Soluble Tea에 관해 발표한 일본인 화학자 가또 박사가 1901년 빵 아메리칸 박람회에서 Soluble coffee에 관해 발표한 것으로, 초기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추출액에 설탕을 첨가하여 농축한 액상의 형태였다고 한다. 이후 건조기술의 발달로 커피추출액에 탄수화물을 첨가하여 건조한 분말 형태의 인스턴트 커피가 선보였고, 커피 고형분만을 건조시킨 순수한 인스턴트 커피는 1950년 경에 개발되었다. 가장 최초로 상용화된 인스턴트 커피는 커피의 수용성 성분만을 추출하여 건조시킨 가루 형태의 커피다. 당시 인스턴트 커피는 분무건조에 의해 제조된 것으로, 보다 향이 우수한 냉동건조커피는 1960년대에 처음 개발되었다.

 

인스턴트 커피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만든 사건은 바로 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이 발생하자 물에 녹여 마시는 인스턴트 커피는 추출을 위해 여러 기구를 필요로 하는 일반 커피와 달리 간편하다는 이유로 큰 사랑을 받았고, 이후 미국에서는 많은 시설이 확충되어 인스턴트 커피가 대량으로 생산되었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2024년, 또 다른 1년의 시작, 마부정제(馬不停蹄)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정진해 내년 이맘때에도 더욱 설레는 기념일을 맞이할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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