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간절해야만 할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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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간절해야만 할 수 있는 일!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3.12.08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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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My Life | 석정빈 안무가

 

스우파(스트리트우먼파이트)의 영향으로 댄서에 대한 대한민국의 반응이 더욱 뜨거워졌고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대한민국의 춤에 열광하고 있다. 작은 체구지만 크고 파워풀한 동작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석정빈 안무가. 현대무용, 와킹, 스트릿, 발레 등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다양한 장르의 춤 덕분에 그녀는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넓은 스펙트럼의 다이나믹한 안무를 만들어 내고 있다.

 

Q. 저희가 많은 분야의 분들을 만나지만, 안무 분야 인터뷰는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새로운 분야인 만큼 궁금한 게 많은데요, 하나씩 질문해 보도록 할게요. 석정빈 안무가 님은 언제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나요?

안녕하세요. 안무가 석정빈입니다. 처음 춤을 시작한 건 초등학교 4학년, 11살 때에요. TV에 나오는 가수를 보면서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살던 지역에는 예체능학교가 없어서,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예체능 특기생으로 준비를 했는데,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듣고, 밤 10-11시까지 연습실에서 연습을 했고, 고등학교 입시 때는 오전 수업이 끝나면 학원에 가서 새벽까지 연습을 했어요. 이후 실용무용 힙합전공으로 대학에 진학해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입시 준비하는 시간들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춤에 대한 인식이 또 대중적이진 않았을 것 같고요. 반대는 없으셨나요?

보통 입시를 준비하면 선생님이 학생에게 맞게 안무를 2분정도로 구성해 주세요. 저의 생각이 반영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선생님이 저에게 제일 잘 어울리는 걸 알고 계시죠. 2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진짜 집중해서 했던 것 같아요. 학교들이 주최하는 대회에 나가서 상을 받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어서 저는 그런 기회들을 잘 활용했어요. 거의 5월 정도에 이미 입시 결과가 나와서 고3이지만 하반기에는 마음껏 연습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중학교 때까지는 반대를 하셨는데, 대회에 나가서 계속 상을 받아오니까 반대를 안하시고 응원만 해주시더라고요 (하하).

 

Q. 춤에도 분야가 굉장히 다양할 것 같아요.

크게는 실용무용과 순수무용으로 나눌 수 있어요. 순수무용에는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이 대표적이고, 실용무용은 댄스스포츠, 재즈댄스부터 힙합, 스트릿댄스, K-pop, 와킹, 팝핍 등 점점 더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 같은 분야라고 하더라도 진로에 따라 하는 일이 조금은 다를 수 있는데, 직접 댄서나 뮤지컬 배우 등으로 활동하는 분들도 있고, 안무 및 연출가, 예술감독, 연예인 트레이너로 활동하기도 하고, 대학교수나 강사, 댄스강사, 평론가같이 교육 분야에서 일을 할 수도 있어요. 아니면 직접 에이전시, 댄스학원, 공연기획사,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할 수도 있고요.

 

Q.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으면 대학 전공이나 특별한 자격 같은 게 필요할까요?

주변에 보면 대학에서 전공을 하신 분들의 비중이 많은 것같진 않아요. 이 분야가 꼭 전공 학교를 나와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시험을 봐야 한다거나 요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활동하는 분들 중에 미성년자분들도 많아요. 대학 전공을 하신 분들이 다 그런건 아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쪽으로 활동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Q. 그럼 사람을 뽑거나 실력을 평가할 때는 어떤 기준으로 하게 되나요?

저희는 영상이나 실제 안무를 직접 보면서 실력을 평가받아요. 부수적으로 학력이나 자격 같은 걸 볼 수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전 실력인거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모아서 보내기도 하고, 인스타 같은 SNS 채널로 홍보를 하기도 하고요. 평가하시는 분들이 개인마다 선호하는 안무의 취향은 있겠지만 실력에 대한 평가 기준은 있기 때문에 대부분 실력만큼 인정받게 되는 분야인 것 같아요. 요즘은 자신이 지원을 하기보다는 유명해지면 제안이 오는 경우가 많아서 대회에 나가서 수상을 하다보면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피드백컴페티션’같은 유명한 대회나 다양한 춤 대회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어서 단체팀으로 수상을 하면, 팀이 유명해지고 그러면 스카웃 제의가 오기도 하는거죠.

 

Q. 성인이 돼서 좀 늦게 춤을 시작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주변에서 보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아무래도 성인이 돼서 기존에 해오던 분들과 경쟁을 하려면 그만큼 빨리 역량을 쌓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습밖에는 답이 없어요.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거죠. 차라리 시험이라는게 있어서 기간 내에 준비를 하고 결과가 나오는 일이면 명확하겠지만, 이 분야는 계속 연습하면서 기회를 잡아야 하는거라 쉽지 않을 수 있어요. 무조건 연습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늦게 시작해도 10대에는 시작을 하는 게 유리할 수 있을것 같아요.

 

Q. 이 분야에서 잘 적응하고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갖추어야 하는 역량도 궁금해요.

지켜보니까 성실하신 분들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드는데, 자신이 좀 뛰어나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으면 금방 뒤쳐질 수 있거든요. 항상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결국엔 성공하게 되는 곳인 것 같아요. 물론 성실하게 하되 부상이 없게 하는 게 진짜 중요하고요. 부상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분들을 많이 보게 되요.

 

Q. 이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큰 장점은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제일 커요. 다른 사람들이 제가 창작한 안무를 따라한다는 것 자체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죠. 반대로 단점은 남들보다 관절을 많이 쓰다보니 신체적인 노화로 인해 평균치보다 몸이 안좋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도 20살때부터 관절이 안좋았고, 댄서들끼리 모여있으면 다들 ‘아이구 아이구’ 소리를 많이 내요(하하). 나이가 들어가면서 잘 되던 동작들이 안되기도 하고 디스크나 관절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는 위험이 있는거죠.

 

Q. 그러면 은퇴 시기도 빠를 것 같은데…

보통은 현역 은퇴가 30대 중후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여성의 경우 출산 후에 활동을 하기가 힘들어지고요.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가 은퇴가 빠른 것 같아요. 최근에 스우파 같은 프로그램 영향도 있고, 아이키 같은 분들이 출산 후에도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좀 활동시기가 길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다른 일로 진로를 바꾸는 분들도 많고, 자신이 직접 춤을 추지 않더라도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Q. 그렇군요. 현재 학원강사 일도 겸하고 계신데요, 주로 입시반을 해오시다가 작년 말 정도부터 취미반 수업을 맡으셨다고 들었어요. 어떠세요?

입시 반은 신경쓸 게 진짜 많아요. 에너지 소모도 크고요. 입시반을 3-4년 정도 했는데 빠르게 바뀌는 시장 트렌드도 잘 알아야 하고, 학생 한 명 한명을 케어해야 하다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제 자신부터 즐겁게 즐기고 싶어서 취미반 수업을 선택했는데 확실히 부담이 적은 만큼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취미반을 처음할 때는 난이도에 고민이 많았는데, 순서를 정말 못 외우던 분들도 꾸준히 2-3개월 정도 나오면 순서도 잘 외우고 확실히 실력이 향상되는 게 보여요. 어려운 동작도 많이 익숙해지고요. 그 고비가 딱 2-3개월 정도인 것 같아요.

 

Q. 요즘은 K-pop이 워낙 인기라서 전공자들 외에 평범한 분들이 취미로 춤을 배우는 경우도 많아졌을 것같은데, 어떠세요?

확실히 관심이 많아졌다는 걸 느껴요. 그리고 제가 학생이었을 때는 K-pop의 동작 난위도가 지금보다는 단순하고 쉬었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동작의 난이도가 진짜 많이 높아져서 안무를 짠 사람이 열과 성의를 다했다는 느낌도 들고요.
취미반의 경우 참여자 분들의 연령도 많이 높아졌고, 외국인분들도 많이 배우고요. 취미로 하시는 분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즐거움과 흥미를 잃어버리지 않는건데 그러려면 그만큼 실력이 늘어야만 재밌을 수 있어요. 연습을 해야 흥미가 유지될 수 있는거죠. 이를 위해서 옷도 잘 차려입고, 영상도 찍어서 남겨두시길 추천드려요!

 

Q. 전문적으로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제가 경험한 이 분야는 진짜 간절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인것 같아요. 정말 모두가 열심히 하거든요. 항상 눈에 보이는대로 비교를 하게 돼서, 남들에 비해 자신이 못하는 것 같으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존감까지 낮아지는 걸 극복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아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너무 많은데 재능이 있는 친구들도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거든요. 혹 주위에서 재능이 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다면 객관적으로 겸손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전문 직업이 아니라 취미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길만이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지켜보니까 성실하신 분들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드는데, 자신이 좀 뛰어나다고해서 마음을 놓고 있으면 금방 뒤쳐질 수 있거든요. 항상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결국엔 성공하게 되는 곳인 것 같아요."
"지켜보니까 성실하신 분들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사람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드는데, 자신이 좀 뛰어나다고해서 마음을 놓고 있으면 금방 뒤쳐질 수 있거든요. 항상 성실하고 꾸준하게 하는 사람이 결국엔 성공하게 되는 곳인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으신가요? 계획이 궁금해요.

춤을 가르치는 건 전국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방송안무분야를 해보고 싶어서 2년 전에 서울에 올라와 활동하며 계속 준비하고 있어요. 최근에 팀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고요. 혼자 추는 춤보다 무대 전체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일이 가슴이 뛰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제가 추는 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누군가를 위해 안무를 짰을 때 그게 작품이 되면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혼자 내는 에너지보다 여럿이 내는 에너지가 좋은 거죠. 앞으로 저의 안무를 더 많은 분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활동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글·사진 | 이상미 기자 job@hkrecruit.co.kr


석정빈 안무가는…

• 영남대학교 무용학 실용무용 힙합전공 졸업

• 현) poppincat 메인댄서 및 안무가

• 현) 퓨처아이돌 안무가

• 현) 레인보우컴퍼니 소속 안무가 및 댄스강사

• 현) LP댄스스튜디오 몸치탈출&춤잘추기/K-pop방송댄스 강사

• 전) SM Universe댄스강사

• 전) 본스타트레이닝센터 잠실송파캠퍼스 강사

• 전) 아이비댄스아카데미 안무가 및 강사

• 전) BIS 댄스컴퍼니 댄서

• 현대무용 공연 SUIT 1 / SUIT 2 / SUIT 3 <마스크> 출연

• 대구실용무용페스티벌 금상

• 동성로 축제 대학연합 플래쉬몹 대상

• JYP, SM 오디션 합격자 배출

• 전국 생활체육협회 무용 경연대회 최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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