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d, 남자와 소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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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남자와 소년의 미래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3.12.2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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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의 대중문화 칼럼 Ver.2 | 문화기호읽기 10
노진화 박사(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노진화 박사(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코맥맥카시 『더 로드』는 대재앙으로 지구가 황폐해진 후, 살아남 은 한 남자와 소년의 이야기다. 지구는 불꽃과 재로 태양이 가려졌 다. 땅에는 지독한 추위가 닥쳤다. 한때 있었던 모든 것이 퇴색되고 풍화 되어, 생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남쪽에 가면 좀 더 나은 세상이 있을 것 같았다. 남자와 소년은 카트에 짐을 싣고 잿빛 비와 바람을 맞으며 걷고 또 걸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은 위협적 존재였다. 그들에게 들키면 노예가 되거나 저녁 식사로 먹힐 지도 몰랐다. 검게 탄 아기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남자에게 가장 용감한 일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자신 이 살아있음을 느껴야만 소년을 보호할 수 있고, 지켜낼 수 있었다. 가끔 소 년이 자기 기억에도 없는 세상에 관해 질문을 할 때면, 남자의 기억은 옛이 야기가 되어 소년에게 용기와 정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먹을 것이 생기면, ‘생각’이라는 것을 했다. 그러나 안전이란 오래가지 않으며, 지나친 생각은 중요한 순간 위험이 될 수도 있었다.

그들이 마침내 바다에 도착했을 때, 서로를 끌어안고 춤을 추었다. 그러나 소년은 이미 오염되어버린 회색빛 바다를 보고 울고 말았다. 남자는 누군가 가 쏜 화살에 맞아 죽어갔다. 소년은 홀로 남았다. 소년은 삼 일을 울다가 지 금까지 남자가 그랬던 것처럼, 일어나 다시 길을 걸어갔다. 길에서 만난 여 자는 소년을 두 팔로 끌어안았다. “아, 정말 반갑구나.” 또 다른 문명의 시작이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는 사회, 문화, 그리고 문명이 붕괴한 세계다.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불쌍한 사람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우 리가 가진 것을 나눠줄 수 없어. 그럼, 우리도 죽어.” 소년은 외면해야만 했 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는 죽이지 않을 거죠?” 이미 남자는 살 인을 한 적이 있었다. 소년의 목에 칼을 댄 사람을 살려둘수 없었다. 소년은 선혈을 뒤집어썼고, 남자는 그것을 닦아냈 다. “그러니까 우리는 언제나 바짝 경계하 고 있어야 하는 거죠." 남자는 소년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었지만, 세상을 바꿀 힘 은 없었다.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의 구조가 해체된 시대에도‘좋은 사람’은 필요했다. 남자는 소년에게 음식을 찾는방법, 위험으로부터 숨어있는방법, 공동체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를 가르쳤다.도덕적 딜레마는 영원한 숙제다. ‘인간’과 ‘도덕’이 존재하는 한.

마지막 남은 총알 한 발은 자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남자는 소년에게 총을 건넸다. “저 사람들이 널 발견하면…. 그걸 입 안에 넣고 위를 겨냥해. 항상 총을 갖고 다녀. 좋은 사람들을 찾아야 하지만 모험은 하지 마! 절대 안 돼. 듣고 있니?"

 

길 위의 두 사람

절망마저 넘어선, 신조차도 없는 세계에서 남자와 소년은 살아남기 위해 계속 걸어갈 뿐이다. 남자는 신이 있는지 묻는 다. 그러나 신이 있다고 생각해야 자신이 존재할 수 있었다. 선함은 절대적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선함이 아니기 때문 이었다.

남자는 소년에게 마지막문명, 정서적지원자, 과거의재현이 었다.소년은 과거 세계를 무서운꿈으로탐험해나갔다. 부여잡 는것은꿈으로나타났다. 꿈에는 색깔도 있었다. 소년은 남쪽이 어떤 세상인지 궁금했다. 남자도 꿈속에서는 사라진 세계가 돌아왔다.

남자가 말했다. "잘 들어. 있지도 않은 세계나 오지도 않을 세계의 꿈을 꿔서 네가 다시 행복해진다면, 그건 네가 포기했 다는 뜻이야." 환상에 대한 경계였다.

알베르 카뮈는 삶의 부조리함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는 인 간은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것도 찾 지 못 할수도 있다.그래서 남자와 소년은 생존을 위해 계속 전 진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이 힘겹게 끄는 카 트는 생존에 대한 갈등과 짐이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생존이라는 과제를 부여받는다. 음식을 먹고, 시간을 살아내고, 공간을 차하기 위해 경쟁한다. 희망과 목적의식은 자신을 움직이는 동인 이다. 그 종말의 세계는 자신을 지키는 일 이 곧 세계를 지키는 일이다.

불을 운반하는 소년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소년이 말했다 "어둠이 우리를 덮칠까요?" 그들은 불을 피우고 모래에 잠자리 를 만들었다. 불이 꺼지면 나무를 넣고 불씨를 살려냈다. 남자 는 더 이상 소년과 함께할 수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넌 계속 가야 해. 넌 불을 운반해야 해. 네 안에 있어. 늘 거기 있었어.”

소설에서 불은 선으로 향하는 길이자 구원의 의미다. 희망, 문명, 따뜻한 부성애를 상징하기도 한다. 남자가 아침마다 불 을 다시 피우는 것은 새로운 시작, 삶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 지의 표현이다. 따라서 불이 꺼지면 안 되는 것이며, 꺼지면 다시 부채질로 피워내야만 하는 것이다.

인간의 역사는 불 위에 층층이 올려진 역사 속에 있었다. 고 대 이집트 종교에서 태양신 라(Ra)는생명의 근원을 상징한다. 기독교에서 '불'은 신의 신성한 표현이다. 모세는 불타는 떨기 나무아래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만났다. 북유럽 신화에서 수르 트(Surtr)는 라그나로크(종말)가 다가오면, 불로 세상을 멸망 시키려고 했다. 불교에서 '지혜의 불'은 현실의 본질을 이해하 고 괴로움의 소멸에서 나오는 깨달음을 상징한다. 그리스 신 화에서 불은 인류의 시작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 이라는 문명을 선물했다. 니체에게 불은 역동적이고 끊임없는 힘, 창조적 파괴의 힘이었다.

나에게 불은 무엇인가? 무엇을 상징하는가? 어디로 운반하 는가? 내 안에 다른 불꽃과 연대할 수 있는 어떤 불꽃을 품고 산다면 다음 세대가 조금 더 선(璇)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노진화 박사는...

• 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 세계문화기호연구원 원장

•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콘텐츠&인지기호 LAB 연구원
• 상지대학교 경영학과 강사

•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즈니스 평가위원

• (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심사위원

• (전) 송파구청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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