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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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생님이다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4.02.0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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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 창 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서 창 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얼마 전 강원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자격증 준비 공부를 같이 해서 스승과 제자가 함께 자격증을 취득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직업계 고등학교에서 항공기계정비사 자격증과 증권투자권유대행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선생과 학생들이 같이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먼저 합격하고 제자가 나중에 합격한 경우도 있고, 같은 시험에 선생님과 제자가 나란히 합격한 경우도 있었다. 이는 강원도 교육지원청에서 발표한 사례에서 나온 이야기로, 선생님이 전직을 하기 위해 자격증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공부를 유도하기 위하여 선생님이 먼저 또는 같이 학생들과 공부를 한 것이다. 말이 아니라 스스로 행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것이었다.

미국 중부에 있는 캔사스 주립대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복부 근육을 단련하는 운동종목인 플랭크(Plank) 훈련을 학생들에게 시키는데,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가르치는 선생이 아무 말 없이 옆에서 플랭크 동작을 혼자 실시하였고, 다른 그룹에게는 ‘잘 했습니다’,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만 더 합시다’와 같은 말을 하면서 학생들을 독려하며 훈련을 실시하였다. 일정 기간 후 두 그룹의 훈련 효과를 측정한 결과, 아무 말 없이 옆에서 같이 행동으로 실시한 그룹의 학생들이 말로 독려한 그룹의 학생들 보다 33%나 더 높은 성과 향상을 보여주었다. 말로 독려하거나 가르치기보다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교육의 효과가 더 높다는 결론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이른바 솔선수범(Leading by Doing)에 관한 이야기다. 교육과 훈련, 조직관리에서 가장 고전적인 방법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솔선수범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각 가정에서 부모들의 역할이다. 가정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들의 솔선수범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 싫던 좋던 부모들의 행동거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배우고 터득하게 된다. 부모들이 어떻게 하느냐가 학교 교육, 직장 교육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특히 부모들이 말만하고 실천하지 않는 것, 자기들은 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시키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다고 봐야한다. 아이들에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부모가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강력한 솔선수범

성공적인 부모교육의 사례로 흔히 스포츠 스타를 꼽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 스타의 경우 선수 본인의 노력과 인내, 고생과 한계극복이 물론 가장 중요한 성공의 덕목이겠지만, 대부분의 선수가 10-20대 어린 나이에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에, 그 선수들의 부모들이 관심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릴 적부터 어떻게 운동을 시작하였고,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게 되었는지는 결국 어린 선수들 보다는 그 부모들의 영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철없는 어린 아이들을 부모가 어떤 명분과 어떤 동기부여로 인간 한계의 어려움을 견디게 할 수 있었는지가 세상의 관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인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아버지다. 세계 최고가 모이는 세계 무대에 20대의 선수가 서기 위해서는 도대체 몇 살부터 무슨 일을 한 것인가? 모든 학부모들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세계무대의 주인공이 되기까지 스토리는 길고 복잡하겠지만, 한마디 귀에 들어오는 대목이 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정웅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흥민이에게 하루에 1000개씩 슈팅 연습을 하게 하였다. 그리고 나도 그 옆에서 똑같이 100개씩 슈팅 연습을 하였다. 축구를 가르치면서 나는 아이들보다 몸을 적게 쓴 적이 없다. 아이들 뛰는 것보다 더 뛰었고, 더 많은 땀을 흘렸다. 내가 입으로만 시키고 말로만 한다면, 아이들도 지치고 힘들텐데, 그것을 견디고 참을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하는 연초인 요즘, 각 가정이나 직장, 학교마다 가장 큰 관심 중의 하나가 어떻게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어떻게 조직 구성원들을 잘 교육시켜서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 하느냐이다. 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람에 대한 교육 훈련 기법이나 방법은 다양하게 진전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의 효과에 대해서는 많은 한계와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학교교육 현장에서는 경제 수준의 향상, 기술발전의 가속화와 함께 더 빨리 성장하는 사교육 시장의 폐해로, 아이들 교육 문제는 청소년을 둔 모든 가정의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좌우하는 신성한 교육이, 자본주의 경제논리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인간이 다른기계나 물건처럼 다루어지고,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모든 영역에서 빅데이터와 AI, 로봇과 챗봇 활용으로 우리 생활에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면서 교육에도 인류 최대의 혁명이 예고되고 있다.

한 미국 대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교사의 자질보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훨씬 더 높은 영향력을 미친다고 하였다. 교육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수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근원적이고 강력한 요인은 가정과 부모다. 그리고 그들의 솔선수범이다. 가정이 최초이자 최고의 학교이고, 부모가 최고의 선생님이다.

 

부모는 세상의 첫 스승

다양한 기술발전이 교육혁명을 예고하지만, 최고의 교육방법과 선생님은 멀리 있지 않다.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장먼저 만나는 부모가 세상의 첫 스승이고 첫 사례이다. 모든 것은 부모에게서 배우기 시작한다.

필자는 아이들이 어릴 적, 집에서 아이들 행동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어느 날 거실에서, 겨우 걸을 수 있는 아이가, 한쪽 다리를 들어서 TV에 갖다 대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보았다. 왜 그러는지를 파악해보니 ‘발로 TV를 켜고 꺼는 동작’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평소에 필자인 아버지가 허리를 굽히기 싫거나 아이들을 안고 있을 때, 손이 아니라 발로 TV 스위치를 켜고 끄는 행동을 하는 것을 어린아이가 배운 것이었다. 사실 부모인 필자는 본인이 평소 그런 습관이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던 때였다. 무심코 한부모의 행동을 아이들은 그대로 따라한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혹시 우리는 우리 아이들 문제를 학교의 문제, 학원의 문제, 학교 선생님들의 문제 아니면 우리 아이들 탓으로 생각하지는 않는가? 물론 교육제도나 선생님들의 문제도 있고, 우리 아이들 각자가 갖고 있는 문제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는, 우리 집에서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나 말, 생각이나 습관들이 혹시 나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나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렇게 행동하였거나 말하였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내가 말만 그렇게 하고 실제 삶은 그렇게 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서창수 교수는…

전)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전)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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