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지원도 포기한 4학년 2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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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지원도 포기한 4학년 2학기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4.02.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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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몰랐던 취업비법
정철상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정철상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한 대학의 취업박람회에 상담사로 참여했을 때였다. 한 학생이 쭈뼛쭈뼛하며 다가와 묻는다.

“취업상담 받을 수 있나요?”

나는 반갑게 앉으라고 자리를 권하며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본인도 잘 모르겠다 한다. 학년이 어떻게 되느냐 했더니 4학년이란다. 당시가 10월이었으니 공채모집이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어느 쪽으로 입사를 고려하고 있느냐 물었더니 그것조차 모르겠다 한다. 그래도 대학 1, 2학년 때는 어디 어디를 가고 싶다는 그런 마음은 없었느냐 묻자 금융권을 가고 싶었다고 한다.

내가 금융권 채용대행을 직접 맡아서 진행을 해봤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가장 스펙을 고집하는 곳이 금융권이다. 그런 정황을 이야기하고 그 동안 갖춘 스펙을 알려줄 수 있느냐 물었다. 상담을 받으러 온 학생은 딱히 스펙이라고 내세울 것이 없다고 자신감 없이 대답하며 말을 이어갔는데 대략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았다.

지방대 졸업반, 인문계열 전공, 취업과 진로 목표 없음, 공무원 시험 2년 준비하다 포기, 학점 3점대 턱걸이(3.2/4.5), 육군 만기제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하나, 토익 점수 없음, 장학금 받은 적 없음, 경력 없음, 인턴 경험 없음, 봉사활동 경험 없음, 동아리활동 경험없음, 외모와 건강 상태 보통, 나이 28세.

금융권이 소위 스펙을 가장 많이 따져보는 곳인데 현재 상태로 합격할 수 있을지 묻자 아무래도 지금은 힘들 것 같다고 답한다. 그 다음 목표를 물어봤다. 대기업이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역시도 안될 것 같아 지금부터 토익시험 준비해 내년 2월 졸업시즌쯤에 점수가 나오면 그때부터 입사지원을 해볼 것이라고 취업계획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력서, 자기소개서라도 손봐드리겠다고 하니 안 가지고 왔단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어 ‘혹 오늘 안 가지고 온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작성 자체를 안 한 것인지’ 물었다. 작성 자체를 안 했단다. 순간 난감했다. 어찌 28세나 된 대학교 4학년이 공채 시즌이 한창인 10월까지 입사지원을 한 번도 안 해봤단 말인가.

 

현실은 인식하고, 태도는 용기있게!

외부 특강에 나갈 때 1, 2학년들을 대상으로 4학년 2학기 학생 사례의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곤 한다. 여러분은 어떤 문제가 보이는가? 그러면 학생들은 답한다.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뚜렷한 목표가 없네요”, “너무 준비성이 없는것 같아요”, “실천하질 않았네요”라고 답한다. 온라인으로 비대면 강의를 하면 조금 더 적나라한 대답이 쏟아진다. “왜 그렇게 사나 싶어요”, “대책이 없네요”, “마치 제 이야기 같네요”라고 말이다.

대학 1, 2학년 때만 해도 뭐든 다 될 것 같고 3학년만 되어도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보다 더 빠르게 대학 졸업반을 맞이한다. 뒤늦게 휴학, 졸업유예를 하며 스펙을 더 쌓으려고 하지만 이미 때늦은 감이 있다. 그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마주치는 현실이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준비가 정말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1~2년 정도 더 준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직무관련 경험이나 경력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한 것이 아니라 이미다른 이유로 휴학 기간을 써버린 학생들에게는 더 이상의 시간 투자와 스펙 쌓기 투자는 미련한 행동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준비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완벽한 준비란 없다. 항상 모자람이 있기 마련이다.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취업전선으로 뛰어들면 된다. 잘못한 대가가 있다면 빠르게 치러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괜스레 문제를 회피하고 뒤로 늦추기만 하다 문제가 더 크게 발생하지 않나 싶다.

1학년 때부터 지독하게 스펙 쌓기에 몰두할 필요도 없다. 그렇지만 조금 더 삶의 전반을 훑어보고 기능적으로 익혀야 할 부분은 익히고 마인드를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바로잡는 수준이면 된다.

내가 이 학생에게 해준 상담답변은 뭐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첫째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이었다. 지금 현재놓인 상황을 냉혹할 정도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늦은 나이에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대학, 비선호 학과, 낮은 학점, 자격증·경험·경력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 좋은 기업에 들어가기 상당히 어려울 수도 있겠구나’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차가운 현실을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현실의 땅을 밟고 이제라도 하나씩 하나씩 밟아 나가보자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질책하고 원망하며 의기소침해 있기보다는 스스로 동기를 고취해야 한다. 진정한 용기란 내가 가진 것이 없고, 힘도 재능도 권력이 없더라도 내가 마주한 상황에 겁내지 않고 당당히 맞서나가겠다는 결연한 태도다.

『의식 혁명』의 저자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수치심, 죄의식, 무기력, 슬픔, 두려움, 분노’를 딛고 일어서면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용기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사회라는 낯선 세계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나아가 보려는 용기가 두 번째로 중요하다.

세 번째 조언은 도전정신이다. 낯선 세계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실패하더라도 부닥쳐 보려는 도전정신으로 부딪혀 봐야 한다. 그래야 감각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랑도, 취업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감각적으로 익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딪혀 봐야 알 수 있다.

내가 꿈꾸고 원하는 것들이 있다면 지레짐작 포기할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들을 상대에게 요구해야 한다. 대기업, 금융권, 분명 어렵겠지만 그래도 도전해봐야 한다. 설령 떨어지더라도 오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하게 사랑을 원하고, 좋은 직장을 원해도 그들이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굳이 그 대상을 원망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또 다른 준비를 차근차근히 해나가면 된다. 우리에게는 또 다른 길이 분명 있다.

다소 힘에 부치더라도 우리 함께 조금만 더 부지런히 자신을 가다듬어 보자. 분명 빛나는 날들이 올 것이다. 그러니 부디 용기를 가지고 한걸음 내디뎌 보자. 그대의 용기 있는 발걸음을 응원하며….

지금까지 잘해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해나갈 것이다.


정철상 대표는....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 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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