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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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꿈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4.02.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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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화 박사의 대중문화 칼럼 Ver.2 | 문화기호읽기 12
노진화 박사(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노진화 박사(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은 사랑의 묘약으로 인해 숲 속에서 한바탕 사랑 소동이 벌어지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세 개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와 히폴리타가 결혼을 앞두고, 허미아 아버지가 자신의 딸을 드미트리우스와 결혼시키고 싶다는 상소를 받는 데서 시작한다. 그러나 허미아는 드미트리우스가 아니라 라이샌더를 사랑한다. 테세우스는 부모가 원하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죽임을 당하거나 남성과의 교재를 영원히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아테네를 떠나 숲으로 도망치고 소식을 듣게 된 드미트리우스와 헬레나도 숲 속으로 간다. 헬레나는 드미트리우스를, 드미트리는 허미아를 짝사랑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숲 속에서 벌어지는 요정들의 이야기다. 요정 왕 오베론과 왕비 티타니아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왕은 정령 퍽에게 여왕이 잠든 사이에 눈에 묘약을 발라, 깨어나 처음 보는 존재를 사랑하게 만들라고 한다. 숲 속에 연인들에게도 묘약을 발라준다. 묘약은 강력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그것이 진짜 사랑이라고 믿었다.

세 번째 이야기는 연극을 준비하는 단원들이다. 그들은 테세우스의 결혼식에서 연극을 한다. 이들의 공연은 너무나 우스꽝스럽다. 관중은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자신의 거울인지도 모르고 웃어댔다.

[그림]  The Quarrel of Oberon and Titania,- Joseph Noel Paton(1849)

 

다른 사랑, 다른 모습

16세기의 사랑은 주로 사회적 계층이나 가문의 명예와 관련되었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서로 사랑했지만, 가문의 갈등이 있었다. 사랑은 남성중심의 지배와 통제의 수단이었다. 테세우스는 히폴리타를 전쟁에서 물리치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다. 아마존의 여왕이었던 히폴리타는 테세우스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았다. 정복당한 굴욕감 때문이었을까. 그럼에도 테세우스는 그녀를 존중하고, 사랑을 아끼지 않는다.

라이샌더와 허미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라이샌더는 허미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시를 읊어주고 사랑을 적극 표현했다. 사랑의 힘은 억압될수록 이들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강하게 했다. 엄격한 아테네 법, 사회적 규범도 이들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헬레나와 드미트리우스는 짝사랑 관계다. 헬레나는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지만, 드미트리우스는 허미야를 사랑한다. 비상호적인 사랑은 일방적인 감정, 비대칭적인 사랑이다. 헬레나가 말했다. “당신이 때리면 때릴 수록 아첨할 거에요.” 드미트리우스가 말했다. "너를 보기만 해도 구역질이나." 헬레나는 드리트리우스가 자신을 무시할수록 그에게 사랑을 느꼈다. 당시 여성은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정숙하지 못한 행동이
었다.

모든 사랑은 하나같지 않다. 다양한 모습과, 때로는 어렵고 복잡한 감정의 줄다기리를 한다.주인공들은 사랑을 통해 더 견고하게 성장하고 변화한다.

 

묘약

<한여름 밤의 꿈>에서 셰익스피어는 사랑의 마법을 유쾌하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한다. 요정들의 마법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묘약을 사용함으로써 초자연적인 사랑의 힘을 구현한다. 사랑의 묘약은 큐피드의 잘못 발사된 화살 중 하나에 맞은 꽃의 즙으로 만든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에 빠지면 모든 관심은 상대에게 집중되고, 긍정적인 편견을 만들어낸다. 나쁜 것도 좋아 보인다. 그리고 기쁨, 행복, 설렘과 같은 감정을 증폭시키고 관계에 몰두하게 된다. 다른 것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감정과 행동에 대해 통제력을 잃을 수 있고, 때로는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마치 묘약에 취한 사람과 같다.

“광인과 연인과 시인은 오로지 상상으로 꽉 차 있는 자들이 오…. 상상력이 알려지지 않았던 형상들을 구체화함에 따라, 시인의 펜촉은 그것들을 형체 있는 것으로 바꾸면서 무형물들에 거주지와 이름을 준다오.”
그러나 사랑이 늘 절정의 감정만은 아니다. 소유욕은 질투, 분노, 슬픔과 떠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래서 집착하고, 비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상대가 자신에게 관심을 덜 보이면 자존심이 상하고, 관계가 어려워진다. 사랑도 주체성이다. 내가 건강하지 않으면 건강한 사랑이 어렵다. 마법에서 풀린 아테네 청년들은 숲 속에서의 경험을 꿈으로 기억한다.

 

인생은 연극 속의 또 다른 연극

테세우스는 히폴리타와의 결혼을 앞두고 아테네의 공작으로서 자신의 결혼식이 화려하고 웅장한 축제로 거행되기를 바랐다. 그는 자신과 아테네를 위해 가장 멋진 무대를 준비했다.

“나의 결혼은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다. 아테네와 아마존의 화해를 상징하는 숭고한 행사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이 함께 축하하고 기뻐해야 한다…. 이 결혼식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의 날이다. 우리는 함께 춤을 추고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

단원들은 테세우스와 히폴리타의 결혼식을 위해 ‘피리미스와티스베’라는 연극을 준비했다. 연극속의 또 다른 연극이다. <엥케이리디온>에서 에픽테토스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극작가의 뜻에 따라 결정된 연극 속의 배우라는 것을 기억하라. 작가가 연극이 짧기를 바란다면 그 연극은 짧을 것이고, 길기를 바란다면 그 연극은 길 것이다. 작가가 너에게 거지 역할을 맡긴다면, 이 역할조차 또한 능숙하게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쇼펜하우어는 삶에서 관객이 되라고 한다. 관객이 되는 삶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감상할 수 있다. 개인적인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삶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이 연극이라면, 연극은 딱 한번만 공연할 수 있다. 잘 살아야 하는 이유다.


노진화 박사는...

• 인터랙티브콘텐츠 박사

• 세계문화기호연구원 원장

• 인하대학교 인터랙티브콘텐츠&인지기호 LAB 연구원
• 상지대학교 경영학과 강사

• (전) 한국인터넷진흥원 비즈니스 평가위원

• (전)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심사위원

• (전) 송파구청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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