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기념관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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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기념관을 세우자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4.03.0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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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교수 칼럼
서 창 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서 창 수 순천향대학교 명예교수

 

외국인들이 한국을 찾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청년들은 한류가 직접적인 원인이라 생각하겠지만 한국의 경제성장과 산업 기술이 가장 근원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음악과 영화를 비롯한 문화적인 것들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 직접적 원인은 맞지만 사실은 한국경제와 산업의 발전 없이는 문화에 대한 관심도 지금과 같이 급격하게 높아질 수 없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과거 60년 동안 500배 성장한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무엇이 결정적 원인인가? 서양의 경제학자들이나 외국인들의 첫 번째 질문이다. 가장 결정적 원인은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인 우리 기업인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과 비전, 전략도 중요하고 근로자들의 열심과 자기희생, 국민들의 일치된 열의와 각오 등도 필수적인 요인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단일 요인은 단연 “기업가”들이다.

 

경제발전 1세대들의 추진력과 무모함

기업을 만들고 이끌고 갈 의지를 가지고 모든 책임을 지려는 기업가가 없으면 자본주의의 기본 단위인 기업은 탄생도, 생존도 불가능하다. 더구나 기업은 늘 경쟁자와 생존을 다투어야 하고 이겨야만 생존할 수 있는 절대 절명의 존재이다.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하려면 남들이 하지 않는 독창적인 것으로 남보다 한발 앞서 갈 수 있어야 하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야 한다. 누구나 하는 그런 사고나 행동으로는 생존할 수가 없는 것이 기업가의 운명이다.

우리나라 경제발전 1세대들의 강력한 추진력과 저돌적 무모함이 없었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지금과 같은 성장을 절대 할 수 없었다. 지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창업주들은 세계의 어느나라 기업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아니 더 우수하고 강력한 기업가들이었다.

아무 것도 없던, 모든 것이 파괴된 한국 전쟁 후 분단된 한반도에서 가내 공업으로 시작하여, 서양의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경쟁을 해서 후발주자로서의 열세를 극복하고, 세계 1위 자리에 올라선 기업가들이다. 기술도, 자본도, 경험도, 사람도 없던 황무지에서 맨손으로 일본과 서방 기업들에게 구걸하다시피 배우기 시작하여, 지금은 그들을 따라잡고 그들보다 앞서가는 기적을 일으킨 세계적인 기업가들이다.

현대그룹을 창업한 고 정주영 회장의 자서전을 보면 한국 기업이 어떻게 시작해서 어떤 어려움을 어떻게 겪었고, 어떻게 생존, 발전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감동적인 장면들이 여러 군데 나온다.

초기에 기업을 시작할 때의 갖은 어려움, 선박 제작을 위한 조선소도 없으면서 선박수주부터 해오는 무모함, 조선소 건설과 선박 제조를 동시에 진행해서 세계 선박업계를 놀라게 한 사건, 선진국 자동차업체들의 횡포로 직접 자동차를 만들자고 나서면서 겪는 온갖 시행착오, 세계 최대의 중동 건설공사 수주를 앞두고 밤을 지새는 미친 열정, 최대 건설공사를 수주하고나서 겪는 기존 서방 기업들의 방해공작을 이겨내는 과정, 모든 공사를 공기단축을 통해 중동 국가들 신뢰를 확보하는 과정 등을 보면 한국인 아니고서는 도저히 해 낼 수 없는, 교과서에 없는 담대하고 무모한 기업가정신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 정주영회장의 책에는 당시 대통령이던 고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과 사건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당시 서슬이 시퍼렇던 박정희 대통령이 기업인인 정주영에게 조선업과 자동차 사업을 간곡히 부탁을 하는 장면들이다. 그리면 고 정주영 회장은 해 본적도 없고, 돈도 없으며 전문가도 없어서 도저히 할 수가 없다고 하다가, 대통령의 나라 걱정에 감동을 받고,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할 수 없이 그날부터 조선업을, 자동차업을 해보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고, 결국에는 해내는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1세대 창업주들은 서방의 선발기업들이 하던 기존 이론이나 방식,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나 과거 관념대로 해서는 도저히 서방 기업들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과는 다른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고민을 하고, 결국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더 빠르게 일을 완수할 수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주위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제발 하지 말라고 하는 사업들을 자신들의 의지와 고집으로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다들 불가능하다고 반대하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든 주인공들이며 한국 경제 기적의 근본적 원인이다. 그리고 한국 기업가정신의 요체이다. 거창한 이론이나 교과서가 아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기존의 경제학이나 경영학 교과서로는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대부분 저돌적인 무모함과 본능적인 생존의식, 살벌한 경쟁문화 그리고 무조건 따라하기였다, 어쩌면 막무가내식 기업방식이었지만 이런 방식이 한국 경제 기적의 핵심이었다. 따라서 한국 경제기적의 주인공은 대통령이나 공무원, 정치인, 대학 교수보다는 개별 기업현장의 기업인들이었다.

그런데 외국 개발도상국가 공무원들이 막상 한국 경제 기적을 배우러 오면 이러한 한국적 기업가정신과 한국 기업가들의 생생한 현장을 접할 수가 없다. 대부분 정부 정책이나 개발계획, 경제개발 과정과 역사를 설명하는데에 중점을 둔다. 그러니 기적의 원인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 아닌가라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우리 청년들은 취업이 안 된다고, 경쟁이 너무 심하다고, 의사에만 집착하면서 대한민국이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불만이 높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건 ‘기업인’

한국 경제기적의 주인공들을 위한 기념관을 만들자. 대통령 기념관도 필요하고 역사 박물관도 필요하지만 기업인들의 기념관을 만들자. 그리고 외국인들도 중요하지만 먼저 절망에 빠진 우리 청년들에게 보여주자. 우리 1세대 기업인들의 무모함과 대담함, 창의성과 불굴의 자신감을 전수하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 기업인들의 생생한 사례를 전수하자.

아무리 국가 지도자가 우수하고, 자원이 풍부해도 훌륭한 기업인이 없으면 도루묵이다. 1세대 창업주들의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전수하여 우리 청년들이 의사가 아니라, 유튜버가 아니라, 운동선수가 아니라... 기업인이 되겠다는 꿈을 심어주자. 바로 옆에 기적의 주인공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최근 경남 진주의 한 초등학교가 우리나라 재별 그룹의 창업주 세 사람이 나온 초등학교라고 해서 그 학교를 개조하여 기업가정신 아카데미를 연다는 소식이 있었다.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사회는 정치인, 사상가, 사회운동가도 필요하지만 “기업인”이 더 시급하다. 우리 동네에 일자리가 없으면, 우리사회에 기업이 없으면 공염불이다.


서창수 교수는…

전) 순천향대학교 창업지원단장

전) 순천향대학교 일반대학원(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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