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곁에는 늘 푸른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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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곁에는 늘 푸른나무가 있습니다”
  • 한경 리크루트
  • 승인 2024.03.0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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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란트로피스트를 만나다 I 박길성 푸른나무재단 이사장/아시아필란트로피어워드(APA) NPO상

 

29년 전, 재단 설립자의 아들이 학폭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설립된 푸른나무재단. 당시는 학교폭력이라는 용어를 인정하지 않던 때였을 뿐만아니라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전혀 었었다. 시민의 목소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설립자의 강한 의지가 있었지만 그 길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헌신적인 자원봉사자와 수많은 후원자들이 재단과 함께 했고, 이에 힘입어 재단은 학교폭력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공론화와 법제화에 매진했으며, 예방을 위한 교육에도 심혈을 기울여 왔다. 누군가의 꿈이 학교폭력으로부터 갇혀 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학교폭력 예방의 대표 NPO로 활동하고 있는 푸른나무재단의 박길성 이사장을 만나본다.

 

지난해 푸른나무재단 제 9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길성 이사장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로 고려대 교육부총장, 한국사회학회 회장, 세계한류학회 회장, 미국 유타주립대 사회학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또한 사회학자로서 교육, 학술, 장학,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여러 신문의 고정 칼럼니스트로도 참여하였다. 국내외에서 총 26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사회학자로 있으면서 소셜닥터(social doctor)를 꿈꾸었습니다. 보통의 의사가 질병이 있는 사람을 치료한다면 소셜닥터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 질병을 치료하는거죠. 사실, 교수는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좋은 책과 연구결과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매진하는데 제한이 많습니다. 물론 연구 결과물들이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죠. 거의 평생을 대학에 있으며 청소년을 보았고,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이 우리의 미래라고 하는데 우리가 정말 그들의 미래를 만들어주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이 많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고민과 소셜닥터를 꿈꿨던 저의 꿈이 청소년의 미래를 책임지는 푸른나무재단과 맞닿아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푸른나무재단은 국내 비영리기관지만 오래 전부터 국제적인 역량을 쌓아왔다. 2009년 한국청소년 비영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UN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았고,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지난 4년 동안 UN 총회에서 성명문을 발표했다. 올해 2월 초에는 뉴욕 UN본부에서 학교폭력 피해청소년과 가족을 지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12회 2024 IFFD 국제가족상을 수상했다.

“IFFD(국제가족개발연맹)는 가족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단체로, 매년 가족관점 증진에 기여한 정부 또는 민간단체 중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저희 푸른나무재단은 학교폭력 예방 및 극복, 피해 가정 우선 지원, 소외 청소년의 인권 및 교육권 보호에 앞장서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청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준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죠. 또한 뉴욕 UN본부에서 진행되는 제62차 UN경제사회이사회 사회개발위원회 본회의(CSocD62)에 참여해서 ‘디지털전환기 청소년의 역할: 포용적 성장과 사회정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공동 사이드 이벤트를 개최했는데, 이번 UN활동에는 저희 재단이 선발한 6명의 UN 청소년 대표단이 사회자, 연설자, 패널토론자 등의 역할을 맡아 사이드 이벤트에 직접 참여해 청소년의 입장에서 경험한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국제사회에 제안했습니다.”

이번 회의는 국제기구, 공공기관, 국제NGO, 학계 전문가, 디지털기업 설립자 등의 다양한 연사가 참여해 디지털 전환이 국제사회에 미친 영향과 청소년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푸른나무재단의 사이드 이벤트는 UN WebTV에서 다시보기가 가능하다.

 

학교폭력 제로를 실천하는 원년으로

올해 창립 30주년을 1년 앞둔 푸른나무재단(The Blue Tree Foundation, BTF)은 2024년을 학교폭력 제로를 실천하는 원년으로 삼고 더 가치 있고 영광스러운 책무와 사명을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한 해로 채우고 있다.

“올해 재단은 저희의 가장 본질적인 역할인 상담·치유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위기 사례 긴급출동 및 상담, 일시보호 등 맞춤형 지원체계를 확대하여 피해 학생의 일상 회복을 더 가까이에서 돕고, 올해 3월 전국 시·도 교육청에 본격 가동되는 ‘학교폭력 제로센터’ 운영 지원을 통해 현장 지원체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단위 학교의 학교폭력 제로를 위한 BTF 모델을 개발하여 우리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첫 모델이 올해 서울 북부 지역에서 시행될 예정이며,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리라 확신합니다.”

지난 해 푸른나무재단의 학교폭력 예방 교육 신청은 평균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학교 현장에서 재단의 ‘푸른코끼리’, ‘사이좋은 디지털 세상’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한 지표이다. 올해도 재단은 재단의 프로그램에 공감하는 지자체와 기업을 적극 발굴하여 많은 청소년이 예방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며, 예방교육과 문화예술을 통한 활동을 지속하면서 비폭력 문화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다.

“2001년부터 올해까지 한해도 빠짐없이, 국내 최초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벌써 20년이 되었으니 굉장히 귀한 자료죠. 학교폭력의 현황을 보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실태조사 자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작년에도 기자회견을 열어 공론화했고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접근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며 추진하고 있습니다.”

푸른나무재단은 전국 단위의 학교폭력 상담전화도 운영하고 있다. 신고 전화가 오면 현장으로 출동해 현장을 파악하고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이 병원비인지, 법률자문인지, 생활비인지를 판단해서 지원하고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에 신청을 하면 실제 지급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재단의 경우 학폭 사례라는 것이 확인되면 후원금에서 즉시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이며 적극적인 도움이 가능하다.

“저희의 강점 중 하나는 기동력과 실행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을 다니며 적재적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거죠. 전에 한 고등학생이 학폭으로 투신을 한 적이 있는데 다행히 생명은 끊어지지 않았지만 척추를 많이 다쳤어요. 그 학생을 저희 재단과 연계되어 있는 병원으로 옮겨서 무료로 치료를 받도록 했고, 잘 회복하고 성장해서 사회복지 분야에 진학해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꿈을 갖게 되었죠. 하나하나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절충(compromise)하는 능력 필요해

사회학적으로 보면,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나 이슈에 대해 절충하는 능력이 많이 약해 보인다. 모든 문제는 상호간의 절충과 타협이 우선적으로 필요한데, 이 과정을 생략하고 감정적인 대립이나 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해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고 법률적인 싸움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점점 더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해보면, 피해자가 원하는 것이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인 경우가 많은데, 마치 사과를 하는 것이 자신의 인격에 큰 영향을 주는 것처럼 받아드리는 것 같습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를 통해 절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요즘 사회는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빠르게 생성되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 속에서 무언가를 확신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어찌보면 무책임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대학과 학교 현장에서 수많은 학생들과 함께 해온 박길성 이사장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본능적으로 택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가 될 것이라 말한다.

“요즘 친구들은 능력, 기술, 정보 면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것 같은데 상대적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재는 진정성과 성실성,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사람인데, 이 중 진정성이 바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의미를 갖는 것이죠. 그리고 시대, 분야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이 성실성이고요. 초AI 시대가 된다고 하더라도 성실 없이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과 성실성을 갖춘 사람이 처음부터 전문성까지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는 기관과 기업이 교육을 통해 보완하고 완성해야 할 분야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직장에서의 재직기간도 길어질 수 있고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인재 양성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Knowledge Speaks, Wisdom Listens’. 지식은 입을 열고, 지혜는 귀를 연다는 뜻이다. 박길성 이사장이 생각하는 리더의 조건은 듣는 자세에 대해 고민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를 가진 사람이다. 그리고 박길성 이사장 자신도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모든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열고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폭 피해자가 전체 학생의 6%대를 넘었고, 피해의 내용도 다양해졌습니다. 저희 재단은 학교폭력 제로를 실천하는 일에 지향점을 두고 학폭 수치를 조금씩 낮추면서 재단의 존재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저는 재단 이사장으로서 재단이 걸어가는 큰 여정 속에서 직원 한 명 한 명의 ‘조력자’가 되려고 합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필요한 부분들을 채워주는 것을 제 역할로 삼고, 직원들의 힘이 되는 조력자가 되겠습니다. 여러분들도 푸른나무재단의 활동을 지켜봐 주시고, 진심어린 후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박길성 이사장은…

2023년 ~ 현재 푸른나무재단 이사장
2022년 ~ 현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사회학과 명예교수
2023년 ~ 현재 우신박준구재단 이사장
2018년 ~ 현재 호암상위원
2017년 ~ 2019년 고려대학교 교육부총장
2019년              제 61대 한국사회학회 회장
2013년 ~ 2016년 세계한류학회 이사장, 회장
1988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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