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왕따’되는 핵심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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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왕따’되는 핵심인재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4.0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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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 : CAREER MANAGEMENT


좌충우돌, ‘왕따’되는 핵심인재



멘토링을 요청하는 학생이 찾아왔다. 한 시간 동안이나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주제는 바로 ‘핵심인재’에 관해서다. 새해에 들어오면서 많은 기업들이 금년도의 주요 이슈로 핵심인재를 꼽고 있는데, 왜 그러느냐는 것에서부터 이것도 과거의 ‘지식경영’이나 ‘학습조직’처럼 한 때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한때의 유행어인가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던 기업들이 ‘인재’에, 그것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인재’에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이제는 ‘메스를 가하는 전략’에서 ‘다독거리고 띄워주는 전략’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해서 반갑기도 하다.

‘사람’이 바로 모든 기업이나 정부 대학 조직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자 부가가치의 근원이라는 것은 마르크스 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이의를 제기 할 수 없었다. 불변의 진리가 된 것이다.

사람이 기업이고 사람이 경쟁력이다. 인재전쟁에서 승리하는 기업은 1위가 차지하는 특혜를 모두 누릴 것이다. 이를 잘 아는 기업들이 ‘국적불문 핵심인력 채용’, ‘차세대 주자의 글로벌 역량강화’ 등을 기치로 내걸고 인재 모셔가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지가 더 어렵다
지난 해 말에 모 그룹에 근무하는 핵심인재 한 사람을 만났다. 자신이 속한 회사에서 한 사람을 외부에서 영입했는데, 자신보다 무려 4배의 봉급을 주기로 하고 데려왔다는 것이다. 몹시 기분 나빠 했다. 며칠 동안 일할 의욕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자신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잃었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정말 핵심인재로 알고 구름 위를 걷는 기분으로 살아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당신은 핵심인재가 아닙니다’ 하는 통보장을 받은거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박탈감을 느낀 사람이 이 사람 혼자뿐이었을까. 아니다. 같은 조직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정이 떨어진 사람들이 그 조직에 오래도록 충성하며 남아 있을까. 정답은 ‘아니올시다’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핵심인재’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좋았는데, 이것을 실천하는 방법이 낙제점이라는 것이다.

인재는 확보하기보다는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인재 확보전’에서 ‘인재 유지전’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은 바른 전환이다.
특히 핵심인재의 경우에는 시장에서 누구든지 데려 가려고 탐내는 상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것인가.

핵심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려면 당연히 시장에서 요구하는 몸값을 치르고 데려 와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사람으로 인해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만한 내부 인재가 있는지 비교 해 보고 현격한 격차가 있는 사람은 당사자가 입 다물고 있어도 조정 해 줘야 한다.

그것이 ‘시장임금제도’의 기본 원칙이다. 급여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말이야 좋지만 급여에 관한한 비밀은 없다. 그래서 급여는 적게 주고 아무도 모르게 사이닝 보너스를 따로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사이닝 보너스도 결국은 다 알려지게 된다.

한 사람의 핵심인재 인해 영향을 받는 사람은 비슷한 수준에 있는 내부인재 뿐 아니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고 사기가 저하된다. 논리적으로는 이러한 것이 자극이 되어 많은 내부 인재들이 분발 할 것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가정은 다른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졌을 때에 성립된다.

예를 들면 내부인 들에게 강력한 비전을 심어주고 있다든지, 조직 내에서 자신이 핵심인재라는 것을 느끼도록 해주는 코칭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을 때이다.

“당신은 여전히 핵심인재다”라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끼도록 해주지 못하면 ‘나도 핵심인재일 것이다’는 다수의 기대는 사라져버린다.

이런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결국 중간수준의 보통 인재들은 남아도는 것이 아니냐고.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핵심인재만으로는 조직을 효과적으로 끌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인재의 가치는 그런 사람들의 창의성과 기획력을 시장에서 돈으로 교환되도록 실현 해 주는 많은 보통수준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돋보이는 것이다.

그 원리는 간단하다. 각 기업에서 찾고 있는 핵심인재는 결국 고부가가치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개발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문제점들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창조가’형이거나, 자신의 전문 기술이나 노하우를 공급해주는 ‘전문가’형이다.

이러한 인재들의 아이디어나 기술력이 빛을 보려면 조정자와 실천가, 추진자, 마당발, 협력자, 완결자, 분석가 등 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필요하다.

흔히 우리는 핵심인재들만 모아놓으면 조직이 효율적으로 잘 굴러 갈 것이라는 착각을 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보상의 기대수준이 높고, 밖에서 보기보다는 내부 인이 되면 많은 좌절을 느끼게 되어있는 조직환경에서 이들만이 이끄는 배는 산으로 가기 십상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형평성에 대한 지각이 깨어진 상태에서는 핵심인재들도 ‘왕따’를 당하기 쉽고 결국 비용만 지출하고 ‘조직적응 실패’로 끝날 수 있음에 대비해야 한다.

[한경리크루트 2003-03] 하영목·경력관리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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