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 대학 ‘상아탑’만으론 존립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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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 대학 ‘상아탑’만으론 존립 어렵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3.08.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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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전문가 기고


대학 ‘상아탑’만으론 존립 어렵다



전체적으로 실업률이 크게 낮아지는 추세에 있지만,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을 기록, 청년층의 실업문제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회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년실업이 인력 양성 시스템과 산업 수요 구조의 괴리라는 구조적 요인에 기인하고 있어 경기가 회복돼도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이 문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4년제 대학의 일대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4년제 대학은 지나치게 아카데미즘에 기반하고 있다. 물론 대학이 노동시장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을 전적으로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고등교육이 보편화된 현 시점에서 상아탑이라는 대학의 존립 의의가 약화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주문식 교육’ 활성화돼야
상아탑으로의 안주가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취업을 곤란하게 하고 있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영문학과에 입학한 많은 4년제 대학생 중 대다수는 대학 졸업 후 취업할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셰익스피어와 같은 고전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영어회화나 비즈니스 영어처럼 기업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인 영어에 능숙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4년제 대학 영문과에서는 대부분 졸업 후에 크게 쓸모 있을 것 같지 않은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는 것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현실의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대학의 다수가 직업교육중심 대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BK21과 유사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일부 대학이 현장중심의 직업교육을 수행하는 교육기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현재 대학의 발전을 위해 BK21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집중 육성’과 ‘지역대학 특성화’를 통해 고등인력양성체제를 구축하고 대학원의 연구력을 제고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 목적에 비춰볼 때 다수의 4년제 대학이 이 사업의 수혜자가 되기는 힘들며 일부 우수 대학만이 그 대상으로 되는 것이 타당하다.

BK21 사업의 수혜자가 되기 힘든 다수 4년제 대학의 경우에는 연구력 제고보다는 노동시장이 요구하는 지식과 숙련에 대한 교육에 치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SK(Skill Korea)21’(가칭)과 같은 사업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방안의 타당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재정 지원은 BK21 사업과 유사한 방식을 취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직업교육 프로그램이나 직업교육 중심대학을 판별해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교과과정의 실무 위주 개편 현장실습의 제도화 ▲산업체 요구의 교과과정 반영 ▲교수요원의 현장경험 정도 ▲창업교육과 주문식 교육의 활성화 ▲취업 후 유용하게 활용되는 영어나 IT관련 ▲교육기회 부여 ▲전공통폐합이나 학생의 전공 선택권 강화 ▲진로지도 및 취업지원 기능의 활성화 등과 같은 판별 기준을 고려해볼 수 있다.

동시에 업종별 협의회나 산업체의 전문가를 프로그램이나 학교 평가과정에 참여시키고 이들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특히 4년제 대학에서도 주문식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전문대학에서 주로 실시되고 있는 주문식 교육이 취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4년제 대학에서도 이를 활성화시킬 지원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또 대학에서 창업교육(Entrepreneurship Education)이 활성화되도록 지원할 필요도 있다. 지식기반경제의 진전에 따라 대학생 사이에 창조적인 마인드를 요구하는 창업에 대한 욕구가 확산돼가고 있는 상황이므로, 대학 내에서 이를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 요청된다.


전공 통폐합 등 과감한 개혁 필요
한편 노동시장은 전공능력 이외에 부가적 능력(SKA ; Skill, Knowledge, Attitude)을 요구하고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교과과정을 개편하거나 또는 일부 고등교육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졸업인증제’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SKA가 노동시장에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관련되는 학점을 상향조정하고, 반대로 전통적 학점을 하향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요구에 부합하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공별 취업률을 공개하거나 유망직업에 대한 미래의 전망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 학생의 전공 선택과 대학의 전공 조정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러한 정보 제공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대학 내의 전공구조가 대단히 경직적이고 그 배경에는 기존 교수요원의 이해가 얽혀 있어 전공 조정 및 통폐합 등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변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수요자의 합리적 선택을 뒷받침할 여러 유형의 정보 제공 이외에 좀더 다양한 유인체제를 정책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재정지원과 연계해 학부제의 실시를 권장해온 것은 이런 필요성을 절감한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대다수의 대학에서 학부제가 도입촵실시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좀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내에서의 전공의 통폐합 정도나 대학간의 전공교환, 지역적 또는 국가적 수준에서의 전공 통폐합 등을 재정지원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이 노동시장의 요구에 부합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전공 선택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BK21 사업 참여 대학에게 요구되고 있는 학사과정 모집단위의 광역화를 모든 대학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학사과정 모집단위의 광역화는 무학과제도나 전공 자유선택제 등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상아탑의 이름 아래 안주해 왔던 대학이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간 이뤄낸 양적 측면에서의 교육적 성취를 이제 질적 성취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을 대학이 끌어가야 한다.

[한경리크루트 2003-07]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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