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취업난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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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취업난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4.09.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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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여성취업난의 원인


여성취업난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이 발간한 ‘2004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03년 여학생의 대학진학률은 77.5%로 1990년 31.9%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4년제 대학의 진학률(56.1%)은 1990년(19.4%)에 비해 3배 정도 늘어났다.

비단 여성만의 문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고학력 인적자원의 증가에 비해 우리나라 산업의 ‘고급 인력들이 일할 만한 자리’는 그 증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구직자의 눈높이가 높다고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로 인해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남성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니 여성의 취업이 ‘남성에 비해’ 어려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여성은 남성보다 위험부담이 크다?
여성 취업난의 원인은 보수적인 고용관행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환경 이 좋아지고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유리한 기회가 많아졌지만,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취업 기회가 줄어들다보니 기업이 보수적인 형태의 채용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이 여성인력 채용에 ‘비용’ 측면을 따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출산휴가의 경우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산전후휴가 제도’에 보면 여성근로자가 임신하였을 경우 총 90일의 산전후휴가가 주어지는데 최초 60일분의 임금은 사업주가, 30일분은 고용보험에서 산전후휴가급여로 지급한다.

여성을 고용한 경우 일하지 않아도 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60일에 대해 기업의 추가부담이 발생한다. 또한 90일 동안 대체인력에 대한 비용도 든다.
물론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남녀 지원자가 똑같은 조건을 지닌 상황이라면 남성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남성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위험부담’을 줄이는 요인이 된다. 남성에 비해 여성은 ‘직장 내 성희롱’ 등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으니 애초에 부담을 없애자는 것이다.


일과 가족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바늘구멍을 뚫고 힘들게 취업했다 하더라도 여성들에게 직장생활은 산 넘어 산이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이라도 하면 또 다른 고민들이 생겨난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유교 문화로 인해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사 분담 비중이 높다.

작년 여성부의 ‘한국여성과의 삶과 일에 대한 국민체감 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비맞벌이 부부 모두 여성의 가사분담률이 75%로 나타나 여성이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서 가사분담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취업한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바로 육아문제다. 앞서 언급한 출산휴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출산을 마치더라도 육아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출산 후 자녀를 부모나 친척에게 맡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보육시설에 보낼 수밖에 없다. 턱없이 모자란 보육시설 을 이용하려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다. 그나마 보육시설에 맡기더라도 보육비 또한 큰 부담이 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아이가 있는 직장여성 810명을 대상으로 ‘보육’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79%(640명)가 월급의 3분의 1을 ‘보육비’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보육비로 월급의 절반을 사용하는 직장여성은 17.3%(140명)에 달했고, 월급의 3분의 2 이상도 3.7%(30명)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 평균 보육비는 54만원으로 조사됐으며, 최고 300만원을 사용한다는 응답도 있었다. 또 직장 보육시설의 혜택을 받는 여성은 9.9%(80명)에 불과했으며, 46.9%(480명)는 부모에게, 38.8%(314명)는 사설 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고 있었다.


직장생활을 스스로 포기하는 여성들
출산·육아와 관련한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직장여성은 “출산 후 회사에서 눈치가 보이고 미안한 마음이 생기더라”며 “둘째를 낳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와 같이 직장여성의 육아문제는 출산 기피로 이어져 우리나라 출산율 저하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여성이 평생 동안 낳는 아이는 1.17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여성의 취업률과 출산율의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바로 유럽이 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남유럽 국가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과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매우 대조적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출산율은 2000년에 각각 1.25와 1.22로 낮은 편에 속한다. 반면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각각 1.54와 1.85로 선진국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그런데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80%에 육박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50%에 머물렀다.

이 두 나라군의 차이는 사회복지, 특히 가족복지에 있었다. 스웨덴은 여성들이 짊어진 출산, 아동보육, 노인부양 등을 공적인 사회복지제도를 통해 해결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다양한 복지제도 덕분에 우리나라처럼 아동 양육에 ‘엄청난’ 돈이 들지 않고, 직장에서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에 출산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복지제도가 낙후돼 책임이 여성에게 떠맡겨 여성 취업률이 떨어지고 출산과 아동 양육에 대해 여성들이 기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다보니 많은 여성들이 직장생활을 스스로 포기한다. 수치상 예전보다 는 나아졌지만 육아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 다시 취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30세 전후 사이 에 떨어졌다가 그 이후에 다시 늘어나는 M자 형태를 띠는 경제활동의 단절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또한 쉬운 형편은 아니다. 전문직이 아닌 경우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기는 수월치 않다.


당당히 일할 권리를 찾아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뚜렷하다. 지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는데 이러한 고도성장은 노동인력의 증가에 따른 영향이 컸다. 그러나 출산율이 감소해 인구성장이 둔화되고 인구구조의 노령화가 진행되자 앞으로 노동인력의 감소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2000년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7.2%로 젊은 사람 10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구조였으나, 2030년에는 노인인구가 23.1%에 육박해 현재의 출산율 수준으로는 젊은 사람 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가의 인구 중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7%가 넘을 경우 ‘노령화 사회’라 하고 15%가 넘으면 ‘노령 사회’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노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2019년 혹은 2020년에 노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견된다. 선진국에서 수십 년 내지 수백 년에 걸쳐 진행된 노령 사회에 우리는 불과 20년 사이에 접어드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가 오는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의 평균 국민소득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6.1%의 경제성장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이에 가장 중요한 전략은 대졸 이상 고급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여성들이 당당히 일할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 하는 것은 단순히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 이외에도 삶의 가치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월간리크루트 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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