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를 이기는 이미지 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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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를 이기는 이미지 메이킹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5.10.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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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CULTURE : 이미지 메이킹


무더위를 이기는 이미지 메이킹


유 희 계명대 교수
이미지 파트너즈 대표/이미지메이킹센터 전임교수

찌는 듯한 더위와 장맛비에 도시의 직장인들이 지쳐가고 있다. 이력서를 움켜쥐고 이리저리 뛰고 있는 구직자들에게는 더더욱 힘든 계절이다. 반짝 이는 골프채를 트렁크에 싣고 인천공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과 바다나 계 곡에 묻혀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실감나지 않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더운 날 한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에서 인생살이의 오묘한 철학을 깨 달았다.
“7~8월 땡볕에 벼 익는 소리를 들어보셨어요?”
“네? 글쎄요. 벼 익는 소리도 들리나요? 전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에 논에 한번 나가 보세요~. 그러면 ‘사각사 각’ 소리가 난답니다.”

지난달 비 오는 어느 날 급해서 탄 택시기사님의 말씀은 좀 놀랍기도 했지 만, 신선한 자극이 됐다. 지금과 같이 30도 이상의 찜통더위를 달갑게 여 길 사람은 드물겠지만, 택시기사의 이야기 덕분인지 올해 여름에는 사각사 각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더위와 친해졌다.

“저는 고향이 충남입니다. 지금은 택시운전을 하고 있지만 예전엔 농사 를 지었습니다. 오늘 같은 비가 그친 후, 강렬한 햇살을 받으면 벼들은 더 욱 무럭무럭 자라죠. 성장속도가 무척 빨라서 크는 소리가 난답니다. 겹 쳐 있는 까칠한 자기 몸을 비집고 벼 이삭이 나오는 소리가 들판 가득히 사각사각 들리죠. 아마 비나 땡볕이 없다면 우리가 밥도 먹기 힘들겠죠? 저같이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곡식을 키우며 흘리는 땀 냄새의 기쁨을 압 니다. 너무 기분 좋고, 살아 있다는 느낌까지 주거든요.”

“그런데 요즘 날씨 때문에 투덜거리는 손님이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웬 종일 비야’, ‘더워서 짜증나 죽겠어’, ‘정말 날씨 때문에 스트레 스 받네’…. 이런 말을 들으면 좀 답답합니다. ‘사람들의 의지대로 자연 현상을 만들 수도 없고, 자연을 이길 수도 없는데 말이죠. 저는 자연의 고 마움을 체험했기 때문인지 이렇게 비 오는 것이나 더운 것이 오히려 고맙 습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이 제 여름 나기 개똥철학이죠. 하하.”
그 택시기사가 제시한 ‘개똥철학’은 최근 읽은 몇 권의 책보다 더 많은 삶의 지혜와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끼게 한 그야말로 인생철학이었다.

그 중 첫째는 자연에 순응하고 감사하는 모습이다. 우리는 통계 숫자로 사 는 게 아니라 그 해 여름, 그 해 겨울을 살기에 언제나 그 해 여름이 가 장 덥고, 그 해 겨울이 가장 춥다고 한다. 덥지 않은 여름이 없고, 춥지 않은 겨울이 없듯이 내가 지금 체험하고 있는 날씨가 더욱 가혹하게 느껴 지나 보다.

우리나라의 초대 기상 통보관을 지낸 김동완 씨(71세)도 더운 여름을 지혜 롭게 지내는 방법은 날씨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한다. 농부가 들 판에서 흘리는 땀 냄새가 향긋하듯, 무더운 여름을 ‘내 땀 냄새가 좋다’ 라고 외치며 만끽하고 즐겨 보자.

둘째는 함께 더불어 사는 모습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프로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NQ(Network Quotient)가 높아야 한다고 한다. NQ란 이 시대에 서로가 잘 살기 위한 공존능력을 말하는 것으로 한마디로 ‘함 께 살아갈 능력’이다. 어디에서든 스스로 노력해서 남과 함께 사는 방법 을 배워야 한다. 겸허히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면 모든 사람에게 존 경 받고 또한 스스로의 가치도 올라가게 된다. 언젠가는 그것이 큰 힘이 돼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이 바로 NQ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한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면서 잘 어울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존 재가 된다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여기서 ‘더불어’ 산다는 것 은 ‘덕을 입는다’라거나 ‘준다’라는 일방적인 의미가 아니라 ‘함께 발전한다’는 상호적 관계를 말한다. 조직이나 개인의 발전에도 이러한 ‘공존지수’의 개념을 적용하면, ‘더불어 사는 능력’은 상대방의 역량 을 최대한도로 끌어낼 수 있는 파트너십이다. 조직 내에서는 팀워크를 높 일 수 있고, 고객과는 판매자와 구매자 이상의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경쟁 자와는 발전적 경쟁을 할 수 있게 하는 관계 능력이다.
물론 더불어 사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 택시기사 처럼 잠시 탔다가 내리는 승객에 대한 배려와 나눔의 마음을 배운다면 그 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삶에 임하는 긍정적인 태도다. 사람은 긍정적인 생각을 할 때 와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감정에 따라 침 색깔도 달라진다고 한다. 화 가 났을 때 침의 침전물이 밤색으로 나타나고, 기뻐할 때는 청색으로 나타 난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사람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β-엔도르핀 이 생성되는데, 이 β-엔도르핀은 모르핀 성분으로 면역체계를 만들어서 건강하고 오래 살게 한다.

반면에 부정적인 사고를 하면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데, 이것은 독사 의 독과 유사한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부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면 할수록 건강을 해치게 되고 생명이 단축된다.

우리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우리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때 해결 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고, 하나는 부정 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선택의 결과에 따라 우리의 삶이 달라진다.

2000년 이맘때 한 음주운전자 때문에 일어난 대형 교통사고로 전신의 55% 에 3도 화상을 입어 의사들마저도 포기해 버린 중환자 이지선 씨의 삶은 긍정적인 삶의 태도에 본보기가 되고 있다.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은 화 상 환자들이 대개 자살을 생각하지만, 11차례의 수술을 받은 그는 정반대 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가 쓴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에서 그는 사고 전의 예쁜 얼굴을 잃어버 리고 흉한 모습으로 변했지만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라고 당당 하게 이야기한다. 사고 뒤에 겪은 여러 가지 내면적 경험이 그를 성숙시 킨 것일지도 모른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이나 좋지 못한 환경에 처하게 될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긍정적인 사고는 모든 일을 좋 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것이다. 희 망 에너지는 ‘장마 뒤에 오이 자라듯’ 자신을 쑥쑥 성장시킬 것이다.

내 얼굴에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에 감사해야 할 이유는 들녘에서 자라나 고 있을 곡식들의 기지개와 가을의 탐스러움을 준비하는 모든 과일들의 여 물어 감을 생각해서이다. 세상만사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자신의 입 으로 내뱉는 말이야말로 자신을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토양이 된 다.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를 올 여름의 유행가로 삼고, 이 여름을 향기 나 는 여름, 무르익는 여름, 결실을 키우는 여름으로 만들어 보자. 그리하여 다가오는 가을에 크게 한번 웃어보자!

[월간 리크루트 20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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