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 그대의 이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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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 그대의 이름은 기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5.11.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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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RECRUITING : 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그대의 이름은 기자!
- 너는 펫 vs 식객



일본에서는 평범한 보통 사람들을 주눅 들게 하는 완벽한 인물형을 말하 는 키워드가 있다. 회원들을 외모와 조건에 따라 등급제로 점수를 매긴다 는 결혼정보회사라면 모든 분야에서 1등급을 받을 미모와 능력과 학벌을 겸비한 부러운 여자. 고학력, 고신장, 고수입의 3고는 보통녀들에게 부러 움의 대상이자, 만화 <너는 펫>(야오이 오가와, 학산)의 주인공 스미레에 대한 수식어다.

스미레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모의 28세 여성. 일본 내 일류 일간지의 기 자로 일하고 있다. 일본여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신장을 훌쩍 뛰어넘는 170센티의 늘씬한 몸매에 미모까지 갖춘, 거기다 잘 나가는 일간 지 기자라니. 그러나 모든 게 잘 되리라는 법은 없다. 어느 날 스미레는 일간지의 주요 부서에서, 그야말로 허드렛 업무를 맡아보는 부서로 좌천돼 버리고, 홧김에 돌아온 집 앞에는 웬 커다란 상자가 버려져 있다. 취한 채 로 상자를 열어보니 웬 소년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스미레는 그 작고 귀여운 소년에게 ‘모모’라는(예전에 스미레가 키우던 개) 이름을 붙여주곤 애완동물처럼 키우게 된다. 갓 스무 살이 된 모모는 키도 고작 164㎝인 데다 스미레가 해 주는 밥만 먹고 배고프면 짜증부리 고 얌전할 때는 곱슬머리를 내밀며 주인에게 충성하는 그야말로 강아지의 역할에 충실한데, 바로 이 애완 소년과 잘나가는 스미레가 사랑에 빠진다 는 엉뚱한 이야기가 이 만화의 핵심이다. 언뜻 둘의 사랑이 믿기지 않는 독자도 많겠지만 만화를 보다보면 두 사람의 사랑에 흠뻑 빠져 둘이 아름 답게 결실을 맺어가기를 원하게 된다.

20대 후반의 잘나가는 여기자가, 거기다 대학 때부터 짝사랑해 온 고학 력, 고수입, 고신장의 선배 하스미와 사귀게 된 스미레가 마음 한쪽에서 모모를 사랑하고 있다니. 그러나 사실 모모는 사실 어릴 때부터 촉망받는 무용수에다 매력덩어리다. 작지만 군살 없이 탄탄한 몸과 타고난 감각으 로 천재적인 무용가적 기질을 보여 왔지만 꽉 짜여진 무용단의 규율이 싫 어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예술가였던 것.

유머감각도 탁월해 어딜 가나 인기를 독차지하고 여유롭게 자기 삶을 즐 길 줄 아는 모모에 비해 스미레는 어릴 때부터 엄한 가정교육 아래, 뭐든 지 뛰어난 가족들과 비교당하는 열등감 속에서 시키는 것만 잘 해온 겁쟁 이에 가까웠다. 완벽하고 능숙한 일처리는 사실 스미레가 갈고 닦은 능력 이 아니라, 콤플렉스였다. 집에 돌아오면 화풀이하듯 요리를 하거나 모모 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려대는 심리적 유아에 불과한 스미레를 잘 ‘길 러’ 주는 존재는 바로 모모였다.

무용가라는 모모의 직업에 초점을 맞출 날도 있겠지만, 이번 주제인 ‘기 자’라는 직업에 집중해 볼 때 스미레의 작품 속 역할은 재미있다. 고학력 과 고신장, 이종격투기까지 능수능란한 스미레에게 어울리는 직업으로 품 격이 있지만 여러 가지 재미있는 사건묘사가 많다. 모모의 스토커인 동성 애자 노인을 찾으러 갔다가 인질범과 격투를 벌이는 모습, 놀이공원에서 의 사건 취재 때문에 곰인형 탈을 쓰고 춤을 추는 스미레, 질투쟁이 후배 기자의 행각으로 필기한 다이어리를 잃어버려 곤란을 겪는 모습이 생생하 다.

일간지 기자로서 스미레의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하게 묘사된 다. 물론 현실에서 여기자에게 자주 벌어지는 모습은 아니다. 기자의 생활 이란, 머리도 못 감고 며칠 집에도 못 들어간 채 부스스한 머리로 비몽사 몽간에 담배를 물고 마감하는 괴물의 모습이 더 현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식객>(허영만, 김영사)의 주인공 여자친구 진수는 현실적이 다. 진수는 미모의 음식잡지 여기자다. 주인공 성찬이는 떠돌이 야채장수 를 가장한 음식평론가이며, 프리랜서 요리사인 동시에 심리상담에까지 탁 월한 총각이다. 아는 것도 많은 데다 심성도 넉넉한 성찬과 진수가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성찬이가 야채트럭을 몰고 확성기로 소리치다가 새벽 마감 을 끝내고 겨우 잠이든 진수를 깨웠던 사건 덕이었다. 악다구니를 쓰며 싸 우던 부스스한 여기자에게 왜 자기 사업을 방해 하냐며 대거리하던 성찬이 는, 이후 진수에게 음식에 대해 한수 가르쳐주겠다며 작업을 건다. 실제 로 음식과 먹거리 문화에 대해 깊이 있는 식견을 갖춘 성찬이에게 이것저 것 배우기 시작한 진수. 우리 이름을 합치면 ‘진수성찬’이 된다며 능글 대는 성찬이가 진수도 밉지 않다. 비록 그가 고등학교밖에 안 나온 시골출 신 떠돌이 장사치라 해도.

두 만화에는 여기자가 등장한다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또 하나 있다. 잘나 가고 번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꼬깃꼬깃한 일상을 겨우 버텨나가는 사람이 겪는 삶의 갈증을, 좀 못해 보이지만 속이 꽉 찬 반쪽이 채워주고 있는 모 양새다. 그 꽉 찬 반쪽에게 한수 배우면서 자기 그릇을 키워가는 것도 그 렇다. 그렇게 보면 이번에 소개하는 ‘기자’라는 직업이 고된 3D업종이라 는 결론 같지만 사람에게는 다 제 깜냥이 있는 법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달려든 사람에게 못할 일이 뭐 있겠는가. 거기다 이 두 주인공들, 번 지르르한 직업도 있고 알맹이 꽉 찬 애인들도 있으니 실로 완벽한 삶이 아 닌가.

[월간 리크루트 20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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