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 언젠가는 이루고야 말거야!
상태바
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 언젠가는 이루고야 말거야!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6.03.17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JOB&RECRUITING: 만화로 보는 직업이야기


언젠가는 이루고야 말거야!


- 쁘띠 에고이스트 vs AB화실의 요리조리



‘도제’ 방식이 있다. 스승 아래서 수학을 하며, 배우고 일하고 스승의 성과를 돕는 동시에 자기 일을 배워가는 방식. 주로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 들이 그런 식으로 스승에게 배웠고, 5년이건 7년이건 경험을 쌓은 뒤에 자 신도 그런 위치에 올랐다.

만화계도 얼마 전까지 그런 방식이 관례화돼 있었다. 유명한 스승의 문하 생 자리는 경쟁률도 높았다. 아예 작가의 집에 거주하면서 밥과 빨래 등 살림을 돕는 경우도 많았고, 작가의 문하생이었다가 작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경우도 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작가의 ‘제자’가 아니라 작가 와 대등한 입장에서 전문 배경맨으로, 터치맨으로, 컬러맨으로 분야별 전 문가로 자리 잡아 작품의 아웃소싱을 의뢰받기도 한다. 또는 작가를 중심 으로 어시스트와 전문가들이 모여 프로덕션을 이루고 만화를 중심으로 작 은 기업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박봉에, 격무에, 힘들고 고된 시간을 참고 견뎌야 하므로 포기하 고 떠나는 사람도 많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런 인고의 세월을 참 아야 하는 게 어시스트의 철칙이다. 잡지사, 영화사, 방송사 등의 알바가 아닌 알바. 교통비 수준의 급여조차 떼이고 눈물지으면서도 꿈을 위해서 뛰는 사람의 노고는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에 다루고자 할 분야는 바로 이 ‘어시’의 세계다. 돕는다는 뜻의 어시스턴트를 통상 줄여서 ‘어시’라고 부른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 에 작가를 철저하게 돕지만 결과물에 대한 반응은 작가의 몫이 된다.

어시를 사랑하는 한 사람이 있다. 유명한 잡지사에 근무하는 타마테는 도 쿄의 전문직 여성이지만 야근으로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기 일쑤다. <쁘띠 에고이스트> (야키사 토와쿠니, 서울문화사). 얼마 전 “여자의 진정한 행 복과 미덕은 집에서 밥하고 빨래하면서 남편을 기다리는 데 있다”고 주장 하는 애인과 헤어졌다. 그리고 근 2년간 ‘그거’를 못하고 욕구불만에 시 달리고 혼자 살아 엉망이 된 집안 살림 때문에 짜증이 쌓인다. 따뜻한 밥 을 해주고 빨래를 해 주는 마누라가 정말 필요한 사람은 타마테 자신이었 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완벽한 남자를 만났다. 유명한 만화작가 나노미에 이 온. ‘마이너스 이온’이라는 필명을 가진, 일본 전역을 뒤흔드는 만화가 다. 그녀가 만난 것은 마이너스 이온의 밥 잘하는 어시스트(라고 속인 이 온 자신) 요시토. 늙수그레한 외모의 주부마인드 요시토는 사실 이온의 밥 시스트다.(밥해주는 어시스트라고 해서 일본에서는 ‘메시스턴트’라고 부 른다) 타마테는 그의 밥하는 솜씨에 반한 것이고 (플러스 외모) 이온은 그녀가 자신의 배경과 지위는 상관없이 진정 사랑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반한 것인 데 진실이 밝혀지자 두 사람은 싸우고 결국 헤어지기에 이른다. 그 뒤의 이야기는? 만화를 더 보기 바란다.

잡지사 기자답게 만화의 표지가 잡지 표지처럼 구성돼 있다. 한 잡지사 내 에서 천국(여성지)과 지옥(청년지)이 공존한다는 표현도 과장됐지만 재미 있다. 유명 작가 아래서 일하는 행복한 어시스턴트들의 삶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이 만화에서는 친절하고 부자에다 실력도 뛰어난 작가 밑에서 어시 들 대부분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 가 많다. 어시 입장에서 봤을 때는 환상적인 작가가 아닐 수 없다.(실제 로 우리나라에도 월급 잘 주고 잘해주기로 소문난 작가가 있다)

작가 입장에서는 또 다르다. 실력 뛰어나고 밥도 잘하고 말도 잘 듣는, 거 기다가 외모까지 뛰어난 거의 비현실적인 어시스트를 원한다.

박무직의 (박무직, 서울문화사 잡지 <나인> 연재)는 어시스트가 주인공이지만 소재는 ‘요리’다. 만화가 B와 신인 만화가 A, 그리고 실력도 좋고 외모도 좋은 어시스트 C와, 실력도 외모도 부지런함 도 떨어지는 D가 등장한다. 이 화실은 업무상 밤샘이 많고 식생활이 불규 칙해지기 쉬운 화실 생활에 재미있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각종 요리방법 이 나온다. 재료와 재료 구하는 방법, 구매 가격까지 매우 상세하다.

매운 소스에 라면수프를 섞어 맛을 낸 짬뽕이라든가, 오븐토스터로 만든 계란 얹은 토스트라든가, 양파와 후추를 섞은 상큼 샐러드는 자취생이나 화실 식구들의 별미로 손색없어 보인다. 물론 여기서 어시스트의 역할은 작가의 일을 도우면서 틈틈이 자기 원고를 습작하는 일이다. 정열에 불타 는 만화가와 힘들지만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저렴하고 영양도 많은 요리를 해서 나눠먹는 모습이 정겹다.

주제도 소재도 다르지만 이 두 만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어시스트가 나온 다는 점. 그리고 그 어시스트들이 저마다 꿈을 갖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 고 있다는 점. 그 어시스트들이 정말 꿈을 이뤘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몇 년 후에는 꼭 포기자가 나오기 마련이고, 한국의 현실이 그리 쉽지만은 않 기 때문에.

그렇다고 미리 재단할 필요는 없다. 시작도 하기 전에 꿈을 접을 필요가 뭐 있겠는가.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참고 버티면 틀림없이 자기 것이 되었 으니까. 그 점에는 어김이 없었으니까.

[월간 리크루트 2006-0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