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취업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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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취업수기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06.03.2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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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RECRUITING: 파란만장 취업수기


우린 어딘가 쓰여지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면접 때보다 첫 출근이 더 스트레스라고요. 중간 에 방황도 하고 아르바이트도 좀 했지만, 여하튼 장장 9개월 만에 취업을 하고 다음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말 너무너무 기 뻐요. 근데 막상 출근하려니까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제 전공도 아니고, 경력도 없고, 정말 생소한 분야라서 떨리고 긴장되고 잘 할 수 있을지 많 이 걱정됩니다. 고객 관리업무를 맡게 됐는데 일단 회사 분위기, 환경, 연 봉, 사람들까지도 다 만족스럽습니다. 상무님께서 굉장히 엄하시다는 겁 을 주셔서 약간 걱정은 되지만 아무리 일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백 조시절에 비할 수 있을까요? 며칠 전 아버지께 이렇게 말씀드렸어요.

“아빠, 난 회사 다니는 것보다 집에서 노는 게 더 무서워요.”

아마 긴 시간 백조생활 하신 분들은 동감하실 겁니다. 저도 학창시절 공부 도 제법 하고 온 집안의 총애를 받던 몸이었지요. 긴 휴학과 백조기간을 거치다보니 어느 덧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해 있었습니다. 돈도 없고, 친 구들 만나기도 싫고, 그 아픈 서러움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겪었습니다.

그래서 두렵지만 포기하진 않으렵니다. 백조시절 눈총 받던 거 생각하면 그 어떤 일이 맡겨진다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면접 팁 하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면접 때 자기 자신을 너무 과장되게 그리지 말라는 거예요. 어떻게든 튀어 보고자, 잘나 보이고자 자기와 어울리지 않는 행동과 말은 별로 안 좋습니 다. 오히려 진솔하고 성실한 모습, 튀기보다는 정석대로 면접 본 곳에서 많이 합격됐던 것 같아요. 누구나 장점은 있잖아요. 내성적이면 내성적인 대로, 성적이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 주세 요. 그래야만 자신도 취업 후 잘 적응할 수 있고, 또 회사 쪽에서도 정말 필요한 인재를 뽑을 수 있겠죠.(대기업이 아닌 일반 중소기업 같은 경우 창의력이나 도전정신보다는 성실함, 책임감,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 이런 쪽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것 같아요.) 너무 글이 길어졌네요. 지금은 도 서실에 와서 제가 할 업무에 관한 책 좀 보고 있어요. 취업준비를 하고 있 든, 취업을 했든 항상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잊지 마세요!
우린 어딘가 쓰여지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에요.

PS: 창피하지만 전 면접 보러 가서 튀려고 노래까지 불러본 적 있어요. 최 종면접에서요. 4명 중에 1명 채용하는 것이었는데 결국 떨어졌답니다. 아 마 조용하고 내성적으로 보였지만 차근차근 조리 있게 말하며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던 분이 뽑힌 것 같아요. 튀는 게 전부는 아닙니다. 차 라리 그 업무분야나 회사에 대해서 상세히 파악하고 면접 보면서 “오래전 부터 이 회사에(또는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하세요. 효과 만점 일 듯^^.




이직은 정말 힘들어…


쉽게 이직할 줄 알았습니다. 졸업 후 그냥 놀 수 없었기에 어디든 들어가 고 보자 싶었던 게 엊그제 같네요. 이직을 시도했으나 계속해서 벽에 부딪 혔습니다. 졸업할 즈음엔 서류전형이라도 쉽게 통과했는데 밑에서 실력이 쟁쟁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나 봅니다. 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 습니다.

비서로 일을 했습니다. 주 임무는 비서였지만 코딱지만한 회사였기 때문 에 총무일도 해야 했고 기획일도 해서 나중에는 내 업무가 무엇인지 가늠 할 수 없었습니다. 급기야 사장은 신용카드로 돈까지 빌려가기 시작했습니 다. 결코 만만하게 보진 않았지만 사회생활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임 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다 큰 자식이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 지 못할망정 손을 벌릴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손가락 빨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몹시도 괴로웠고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매일같이 술에 취해 살았습니다.

틈틈이 계속해서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면 접은 정말 자신이 있는데 나에겐 그 어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오전에 이력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하고 하루 업무 를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서류전형에 합격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대기업 영업 관리직이었는데 너무도 기뻤습니 다. 이 지긋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면접 당일은 몹시도 떨렸습니다. 여기서 잘못하면 내가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할 수밖에 없었나 봅니다. 면접은 5명씩 진행됐 고 저는 정중앙에 앉게 되었습니다. 다들 말쑥한 차림으로 또박또박 말을 잘하더군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지만 미소를 지으며 면접관의 눈을 응시했습니다. 무엇이든 자신 있는 모습이 최선이라는 말이 기억나 당황하긴 했지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습니다.

무시무시하던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은 참으로 허무했습니다. 내 가 합격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고, 밥맛도 없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길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전화벨이 울렸고 합격을 통보받았습니다. 주위사람들이 내가 어렵 게 생활한지 잘 아는 터라 축하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내 이제까지의 삶을 잊지 않으리라’ 더 많이 노력할 것을 스스로 다짐 했습니다.
저는 지금 사표 쓰러 갑니다. 웃으러 갑니다.
여러분께도 웃을 수 있는 많은 일들이 생겨나기를 바랍니다.

[월간 리크루트 20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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