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육계에‘스팸’이 있다면, 뜨거운 음료의 세계에는‘인스턴트 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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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육계에‘스팸’이 있다면, 뜨거운 음료의 세계에는‘인스턴트 커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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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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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교수

커피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기호음료이다. 하지만 원두를 로스팅 한 다음 분쇄하여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많아 바쁜 현대인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이에 더 편리하고 간편한 커피를 마시기 위한 아이디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로스팅 한 후 분쇄하면 빠른 속도로 맛과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간편한 커피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세기 초에 벌어진 1차 세계대전은 인스턴트 커피의 발전을 이끈 계기가 되었다. 미국은 1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을 위한 ‘전투식량’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때 나온 것이 통조림이다. 미군의 전투식량은 두 개의 통조림 깡통과 한 개의 액세서리 팩으로 구성되었는데, 하나에는 조리육류의 주식과 다른 통조림에는 건빵과 인스턴트 커피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것이 바로 커피였다. 전쟁터에서도 쉽게 끓일 수 있고 오래 보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스턴트 커피를 개발한 덕분에 미군은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에서 비교적 우수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인스턴트 커피의 근본적인 개념은 1901년 일본계 미국인 과학자 Gato Satori에 의해 처음 발명되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1909년, 벨기에 출신의 과학자 조지 워싱턴이 커피 건조물에서 힌트를 얻어 ‘레드 E커피’라는 브랜드의 인스턴트 커피를 시판해 약 30년간 미국의 인스턴트 시장에서 선물이나 야외활동용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 이후 네슬레사의 연구원인 Max Morgenthaler는 8년간의 연구 끝에 분무건조(Spray Drying) 기법을 이용해 지금과 거의 유사한 커피를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향을 보관할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Instant coffee)'를 개발했다. 1938년 네슬레사는 스위스에서 ‘네스카페(NESCAFE)’라는 브랜드의 인스턴트 커피를 출시해 아직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미군의 전투식량 품목으로 선정되어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100만 상자의 네스카페는 군용으로 보급되어 출시 두 달 만에 1년치 판매량을 달성, 전쟁 기간 동안 인스턴트 커피는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서 미군과 연합군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기호음료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이 설치되면서 인스턴트 커피가 소개되기 시작했다. 수십 만 명이 피를 흘리며 죽어나 가는 상황에서도 특별한 도구 없이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는 진귀한 구경거리였다. 그 때 민간인들 사이에서는 미군 PX에서 흘러나온 인스턴트 커피를 냄비 또는 주전자에 붓고 설탕을 넣어 끓여 마시는 습관이 유행하였다. 이에 전쟁이 끝난 후 한국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커피문화가 정착하게 된 것이다. 언제나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들에게 언제 어디에서나 뜨거운 물만 부어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는 한국인들을 위해 개발된 커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인스턴트 커피가 ‘커피의 대명사’가 되었다. 한번 길들여진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것처럼, 원두 커피가 많이 보급된 지금도 사람들은 식사 후 인스턴트 커피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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