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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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돕고 싶어요!”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10.24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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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해설 작가

강내영 화면해설 작가는 저시력 시각장애로 일상생활에서 다소 불편함(?)이 있다. 전 남편은 더 안 좋은 시각장애를 갖고 있어 함께 화면해설 방송을 볼 때면 항상 강 작가의 추가 설명을 필요로 했다. 그때 강 작가는 자신이 보는 것을 전 남편도 같이 보게 하고 싶어서 화면해설 방송작가 양성과정을 밟게 됐다. 그러다가 적성에 맞아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화면해설 작가가 됐다. 그는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화면해설을 만드는 제작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강내영 화면해설 작가[사진=오세은 기자]

Q. 간략한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대본을 쓰고 있는 화면해설 작가입니다. 현재 케이블방송, 배리어프리 영화 등에서 편성하는 드라마, 영화 화면해설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케이블방송에서 화면해설 서비스 중인 <나쁜 녀석들>, <실종느와르M>, <너의 목소리가 보여>, <프로듀스101>, <동상이몽> 등을 작업했습니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 영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을 넣은 형태로 상영하는 영화를 말한다. ‘Barrier-Free’는 장벽을 허물자는 뜻 그대로 장애인의 문화생활 장벽을 낮추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Q. 화면해설 작가’란 직업이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화면해설 작가는 드라마, 영화 등 각종 영상매체 및 무대극 속에서 등장인물의 표정이나 몸짓, 장면전환 등 대사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시각적인 정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대본을 씁니다. 소리만으로 전달되기 어려운 장면들을 찾아 영상과 영상, 영상과 소리, 소리와 소리 사이의 개연성을 중심으로 화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전달해 상황을 정확하고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이죠. 화면에 보이는 장면들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정교한 대본 작업을 합니다. 완성된 원고는 성우에게 전달돼 더빙작업과 기술적인 믹싱단계를 거칩니다. 특히 작가가 쓴 대본을 성우가 읽기 때문에 성우의 호흡과 발성 등을 고려해 대본 작업을 해야 합니다.

※ 시각장애인은 일반 텔레비전에서 음성다중 메뉴를 선택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무료로 보급하는 화면해설 수신기를 통해 화면해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Q. 화면해설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요?
일련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작가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등에서 화면해설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한 상태입니다. 화면해설 작가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비롯해 화면해설 대본 작성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배워야 제대로 된 화면해설 대본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Q. 근무환경이 궁금합니다.
화면해설 대본 작업 시 소요되는 시간은 장르와 작품에 따라 다릅니다. 60분짜리 방송 영상의 경우 최소 하루에서 최대 3일이 걸리고, 2시간짜리 영화의 경우 최소 3일에서 최대 일주일이 걸립니다. 여기에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니터 작업이 진행될 경우에는 수정작업과 감수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하루, 이틀 더 소요됩니다.

저의 경우 3분짜리 영상의 작업 시간은 평균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 이유가 저시력이라 영상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도 있지만, 영상에 맞춰서 문장 배치를 바꾸는 작업도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화면해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지만, 같이 보는 가족 및 지인은 비장애인이므로 함께볼수있게 작업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편입니다. 제작 일정이 빡빡한 경우에는 대본 작업이 많이 힘듭니다. 정규 방송 시간에 본방송이 나간 프로그램이그 주에 재방송이 되는 경우가 그러한데요. 재방송되는 시간 전에 화면해설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때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 밤샘 작업을 해야 합니다.

 

▲ [사진=본인 제공]

Q. 화면해설 작가에게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크게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로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수혜 대상자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화면해설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시각장애인이 어떤 정보들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비장애인은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사물을 볼 때 스스로 시각 정보들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영상을 접했을 때 소리로만 들어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을 더 궁금해 하므로 그 부분을 최우선으로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장력입니다. 시각장애인은 듣는 순서로 연상을 하기 때문에 그림이 그려질 수 있게 설명을 해야 합니다. 화면해설은 단순히 재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정보제공 역할과 함께 학습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표준어규정과 한글맞춤법에 맞는 문장을 구사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사와 대사 사이의 빈 공간, 약 3~5초 사이의 짧은 시간 내에 영상에 맞게 화면해설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영상에 적합한 단어 선택과 문장조합 능력이 필요합니다. 화면해설은 단순히 보이는 것을 설명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Q. 화면해설 작가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근 인공지능이 화면해설을 한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할수있는화면해설은 객관적인 정보일 것입니다. 예컨대 ‘안개 속에서 아무개가 걸어오고 있다’와 같은 정보들이요. 그런데 인공지능이 자체적으로 화면해설이 어려운 경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7번방의 선물>에서 탈출하는 계획을 짜서 실행하는 몽타쥬 장면이 나오는데 설명을 할 수 있는 공간적 제약이 있어 상황을 요약해서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작가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게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Q.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외국에서는 ‘화면해설’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Audio Descrip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화면해설’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해서 영상에 국한되는 작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은 일상 전반적으로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에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화면해설(음성해설)이 접목 가능하다고 봅니다.

화면해설을 하는 것 외에 꿈이 있다면 시각장애인이 직접시각장애인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그 콘텐츠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져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욕심일까요?(웃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화면해설 대본을 쓰는 일입니다. 많이부족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이 눈을 감고도 비장애인들과 같이 동일한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게 힘을 보태고 싶어요.


글·사진┃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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