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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기사 되는 경로 좁지만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영화 산업 일자리 ② / Interview] 이상준 녹음감독
오세은 기자  |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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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 승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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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준 녹음감독[사진=본인 제공]

이상준 녹음감독은 1992년 우연히 녹음업계에 발을 디뎠다. 이후 줄곧 영화 촬영 현장에서 녹음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로 제4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음향기술상을 수상했다. 이 외 영화 <역린>, <아저씨>, <신과 함께, 인과 연> 등 수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27년째 영화 현장에서 일하며 “배우들의 호흡, 그들의 대사 한 마디 한마디를 채취하는 과정이 즐겁다”는 그를 만나 녹음기사의 생생한 직업정보를 들어봤다.

소리, 그 매력에 빠져 녹음기사의 길로
영화를 일컬어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칭한다. 이는 배우, 감독, 카메라 감독, 조명기사, 녹음기사 등 수많은 구성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가 영화 한 편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상준 녹음감독은 그 수많은 분야 중 녹음팀, 소리를 선택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고도 하지만 빛과 소리의 예술이라고도 합니다. 빛을 컨트롤 하는 사람은 좋은 영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카메라 앵글인 사각프레임 안에 빛을 잘 조절해 넣고, 소리를 만지는 사람은 프레임에 들어오지 않는 모습을 관객이 상상하도록 소리를 매만집니다. 저는 영상에는 담기지 않는 소리가 관객들에게 흥분감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해요. 물론 배우들의 대사를 담아내는 일도 즐겁지만, 영상에 담기지 않는 미묘한 음향 효과로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그 매력에 소리를 선택했죠(웃음).”
 

이 감독이 녹음감독으로 지금까지 참여한 영화 작품은 약 46편. 여기에 그가 녹음팀의 막내라 불리는, 케이블맨으로 참여한 영화까지 합하면 총 67편에 달한다. 케이블맨에서 녹음감독이 된 그에게 녹음기사라는 직업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부탁했다.

“녹음기사는 영화감독, 녹음기획자 및 음반기획자 등과 함께 녹음해야 할 대상, 대본 등을 확인하고 녹음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합니다. 그리고 녹음기 및 녹음장비를 조작해 녹음할 대상을 각각 녹음하죠. 이렇게 각기 녹음된 대사, 음악, 효과음 등을 음향장비를 조작해 믹싱하거나 노래, 악기, 연주음 등의 트렉을 믹싱해 하나의 소리로 통합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 녹음 내용을 수정하여 DAT(Digital Audio Tape) 등의 파일로 저장합니다. 촬영된 필름에 배우들의 대사, 음향효과, 음악 등을 믹싱하는 업무를 할 때도 있고요. 또 필요 시 녹음장비를 이용해 영화, 드라마, 음반 등의 제작에 사용되는 음악, 목소리 등을 녹음합니다.”
 

영화 관련 사이트 통해 인력 충원
영화는 총 3단계의 진행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먼저 사전 촬영일정 협의, 장소 섭외, 콘티 제작 등을 하는 ‘프리프로덕션’이 있으며,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이 진행되는 ‘프로덕션’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촬영이 모두 완료된 후 촬영된 영상에 색 보정과 소리 입히기 등을 하는 ‘포스트프로덕션’이 있다. 이 감독은 주로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에 참여한다.


그는 현장에서 붐오퍼레이터와 함께 녹음장비를 세팅하고, 세팅된 장비를 점검한다. 그리고 원활한 녹음이 진행될 수 있게 불필요한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 환경을 확인한 후, 녹음작업 준비를 마친다. 녹음이 완료되면 녹음된 데이터를 데이터 매니저에게 보낸 뒤 현장에 설치된 장비를 정리한다.

현장에 투입되는 녹음팀의 인원은 영화마다 상이하지만 평균 4~5명이 한 팀을 이룬다. 그 구성원은 녹음감독, 녹음기사, 붐오퍼레이터, 붐어시스턴트, 케이블맨 등이다.

“일반적으로 녹음감독은 현장에서 깨끗한 대사를 녹음기에 담기 위해 녹음기를 컨트롤합니다. 붐오퍼레이터는 배우를 따라다니며 대사와 움직임에 맞춰 마이크를 가져다 대 소리가 잘 채취되도록 하고요. 케이블맨은 붐오퍼레이터의 동선에 도움이 되도록 케이블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녹음팀은 이렇게 각자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실수 없이 일을 진행할 때 최고의 소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현재 촬영 현장에서 녹음을 전적으로 컨트롤 하는 감독이지만, 녹음 일은 도제식으로 배웠다고.

“한국 영화계에 종사하는 녹음기사나 녹음감독님들은 보편적으로 케이블맨에서 시작한 분들이 대부분이죠. 저도 현장을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고요. 보편적으로 영화계에서 녹음감독이 되는 수순은 케이블맨-붐어시스턴트-붐오퍼레이터-녹음기사-녹음감독입니다. 케이블맨에서 녹음감독이 되기까지는 약 10년 정도가 걸립니다. 하지만, 개인의 실력에 따라 비교적 이른 나이에 녹음감독이 되는 분들도 있습니다. 녹음감독이기 되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치는 않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녹음 일을 즐긴다면 이보다 더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직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인맥을 통해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처럼 인맥을 통하기보다는 영화 관련 사이트 등을 통한 진출이 늘고있다.

“촬영 현장에는 촬영팀, 제작팀, 녹음팀, 조명팀, 미술팀, 의상팀 등 다양한 파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팀별로 팀원을 관리하는 감독들이 있는데, 대개 감독을 따라서 팀원들이 움직여 새로운 팀원을 구하는 일은 지인을 통해서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화계 입문이 어렵다고 느껴지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요즘은 영화 정보 사이트를 많이 활용합니다. 우리 팀의 경우는 주로 ‘필름메이커스’사이트를 이용하고 있죠. 각 팀의 감독들도 사이트를 통해 인력을 보강하고 있으니 영화계에 관심이 있다면 영화 관련 사이트를 참고했으면 합니다.”


※ 크랭크인과 크랭크업
크랭크인(crank in)은 영화 촬영을 처음 시작하는 것으로 구형 촬영기나 영사기에서 필름을 돌리기 위해 조종하는 손잡이인 ‘크랭크’에서 유래했다. 크랭크를 돌리기 시작하면 촬영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크랭크업(crank up)은 촬영종료를 뜻한다.

녹음감독, 시나리오 분석 능력도 갖춰야
요즘 녹음 일은 단순히 장비에 설치된 버튼을 누르고, 녹음된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배우의 표정까지도 이해해야 좋은 녹음을 만들 수 있다. 이 감독도 단순히 녹음만 하는 업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붐오퍼레이터, 녹음기사, 녹음감독이 되면 평생 자신의 포지션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한국의 경우 일련의 과정을 거쳐 녹음감독이 됩니다. 대개 현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붐오퍼레이터만을 평생 하고 싶어하지는 않죠. 그런데 음향장비와 현장을 잘 안다고 해서 녹음감독이 되지는 않습니다. 녹음기사를 포함해 녹음감독은 촬영이 들어가기 전 시나리오를 보면서 주요 등장인물들을 연구해야 합니다. ‘녹음기사가 왜 시나리오를?’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배우들의 표정, 감정, 대사 한 마디는 마이크를 통해 녹음됩니다. 우리는 헤드폰을 끼고 그들의 감정이 어떠한지를 소리로 파악하고, 지금 캐릭터가 어떤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지 등을 판단합니다. 철저히 관객 입장에서 소리를 듣는 것이죠. 때문에 녹음장비를 다를 줄 아는 능력은 물론이고, 시나리오 분석 능력도 요구됩니다.”
 

이 감독은 이외에 의사소통 능력, 카메라 앵글에 맞게 마이크를 가져다 대는 기술(마이킹), 배우에게 올바른 무선 마이크를 세팅하는 능력, 감독과 제작자의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 약속시간 지키기, 그리고 녹음팀의 팀원 존중등을 녹음기사가 갖춰야할 덕목과 자질이라고 덧붙였다.

50대를 바라보는 그는 촬영현장에 있을 때 여전히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그러나 그도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후배 양성에 힘쓰고자 한다고.

“촬영과 연출을 가르치는 곳은 많지만 녹음과 관련된 강의를 하는 곳은 거의 없어요. 대학에서도 사설 교육기관에서도 녹음장비 다루는 방법과 녹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 주는 곳은 거의 없죠. 그래서 그동안 도제식 교육으로만 이루어져 왔고요. 앞으로는 녹음 관련 강좌가 지금보다 더 많이 개설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정부는 물론 영화계에서도 녹음 일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더 많은 힘을 써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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