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치 않은 음악 세계, 하지만 어디하나 쉬운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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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록치 않은 음악 세계, 하지만 어디하나 쉬운 게 있나요?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07.26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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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희 음악 작곡가
▲ 정찬희 음악 작곡가/정찬희 씨 제공

 초등학교 때 친구 집에서 나무상자처럼 보이는 커다란 악기를 본 그는 무작정 피아노 뚜껑을 열고 건반을 눌렀다. 제각기 다른 건반 소리에 매료된 그는 집으로 달려가 부모님께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해달라고 졸랐다. 그렇게 피아노와 인연이 되어 중학교 때까지 피아노와 함께 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피아노를 그만 두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음악선생님은 그에게 실용음악 고등학교를 권했다. 졸업 후 대학은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갔다. 언뜻 보기에 음악과 신문방송은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지난 날 경험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2015년 개봉한 임창정, 최다니엘 주연의 영화 <치외법권>의 타이틀곡 ‘Boom Boom’,‘난리 블루스’를 작·편곡하여 작곡가로 데뷔한 정찬희 씨를 만나본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프리랜서 음악 작곡가 정찬희입니다. 음악이라는 범주가 워낙 넓다보니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가요만 작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요, 광고음악, 드라마·영화OST 등을 작업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곡을 쓰는 일을 하고 있죠. 곡 만드는 일 외에 음악학원에서 음악 관련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음악 작곡가로 데뷔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Q. 광고음악 의뢰가 들어오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우선, 큰 기업이 아니라면 광고를 내는 회사에서는 광고음악을 직접 만들기보다 하청을 줍니다. 광고주가 하청을 주는 곳이 중간 대행업체라고 한다면 저희는 그 대행업체를 통해곡 의뢰를 받죠. 이처럼 대행업체가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에 곡을 만들고 나서도 최종적으로 광고음악으로 쓰일지에 대한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그 이유는 대행업체와 광고를 맡긴 기업 간의 보고절차 과정 때문이죠. 이런 과정 속에서 광고주의 수정사항 요청이 있을 경우 그것이 저에게 전달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곡 작업을 하는 저와 곡을 의뢰하는 본래 클라이언트 간의 직접 소통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되는 거죠. 이런 부분은 작업하는 데 적잖이 불편합니다. 물론 아직 제가 이 분야에서 인지도 낮기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것일 수도 있고요.

Q. 프리랜서 음악 작곡가가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프리랜서가 되기 전 3개월가량 음반 제작회사를 다녔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이 업계가 여러 가지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때 들었던 생각이 곡을 만드는 일은 회사 다니는 것보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편이 더 낫겠다 싶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퇴사 이후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회사 다닐때 만든 제 곡이 종편방송 프로그램 엔딩 곡으로 쓰였어요. 하지만 저는 어떠한 저작권료나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회사를 나오고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게 경제적인 어려움입니다. 하지만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곡 작업을 했습니다. 결코 쉬운 생활이 아니었죠. 당시 너무 힘들어 음악을 그만둘까도 나름 깊게 고민했지만 마음 가는 곳은 역시 음악이었습니다. 현재는 다른 일을 병행하지 않고 작곡만을 본업으로 하고 있죠.

Q. 창업은 정부지원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음악 분야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있습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www.kawf.kr)에서 창작준비금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지원을 받았죠. 참여제한이 있긴 하지만 이런 지원제도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많은 도움이 되니 적극 알아보고 지원받으시길 바랍니다.
공공기관인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매년 3회「창작준비금지원」참여예술인 모집공고를 내고 있다(해마다 주어진 예산에 따라 회차 변동이 있을 수 있음). 올해「창작준비금지원」참여 예술인2차모집은지난5월31일완료되었다.

Q.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어려움도 있을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수입부분인데요. 일이 많을 때 한 달 수입은 대략 300~400만 원 정도 됩니다. 적을 때는 100만 원 이하고요. 수입이 고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작곡만 하지 않고 제작도 겸하고 있죠. 제작을 겸하는 이유는 클라이언트를 통해 일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제작을 하지 않으면 작곡가로서 크게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수입 외적으로도 힘든 부분은 작곡가에 대한 처우에요. 15초 정도 되는 광고음악을 만든다고 가정했을 때, 그 15초를 구성하는 악기를 일렉트로닉 기타로만 할 것인지, 아니면 오케스트라 악기로 할 것인지, 오케스트라 악기 중에서도 현악기로만 음악을 구성할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구성이 끝나고 난 뒤에는 곡 작업에 들어가죠. 작곡가가 나름의 안을 가지고 A·B·C안을 만들어 클라이언트에게 보냅니다. 그런데 여러 시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각 시안에 대한 노동의 대가는 거의 없습니다. 이처럼 이 분야가 많이 힘듭니다. 음악에 입문하는 사람 중에 이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임하는 자세의 문제인 거 같아요. 저 또한 그런 경험을 겪다 보니 이제는 무뎌졌죠. 무뎌진 게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좋지 않은 걸 빨리 털어버려야 진짜 좋아하는 곡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는 거 같습니다.

Q. 음악 작곡가가 되기 위한 분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음악의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악하고 험난합니다. 단순히 곡을 쓰는 게 즐겁고, 음악이 좋아 작곡가에 도전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렇게 도전하는 이들 대부분이 중간에 포기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음악이 좋고 곡을 쓴다는 목적 하나로 작곡가에 뛰어든다면, 저는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은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생각했을 때 자신이 음악에 대한 재능이 1%라도 있다고 생각된다면 주저 말고 도전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재능이 빛을 발하는 데까지는 오랜 시간과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경험자로서 미리 알려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고 적응하다 보면 인정받고 빛을 발하는 순간은 꼭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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