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금女의 벽⑤] 신아영(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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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금女의 벽⑤] 신아영(방송인)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1.25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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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MC 독주시대, 여성의 섬세함으로 극복해야죠!

현재 우리나라 방송계는 다채널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하다. 이전보다 좀 더 ‘센’ 이야기와 기획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치열한 기획 전쟁에서 여성이 주도적인 MC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인기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JTBC ‘비정상회담’, ‘냉장고를 부탁해’ 등의 MC도 모두 남성이다. 이러한 남성 MC 독주시대에서 여성 MC로 활약하기란 쉽지 않다. 프리랜서 방송인 신아영 씨를 만나 여성 MC의 세계를 들어본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신아영 씨는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가 선택한 길은 방송이었다.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고민했지만 결심이 서지 않았어요. 그래서 졸업 직전 1년간 진로를 찾는 데 시간을 보냈어요. 쉬면서 도미니카로 봉사활동을 갔죠. 그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면서 아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앞에서 재롱 떠는 게 좋더라고요(웃음). 학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봉사활동이 머릿속을 맴돌았어요. 그때 ‘뽀미 언니’가 생각났죠. 그래서 나도 방송을 통해 아이들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아나운서가 되긴 했으나 아이들과 어울리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스포츠 전문 방송 아나운서가 되었다. 그녀는 2011년 SBS 스포츠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2015년 1월에는 프리랜서를 선언했다. SBS 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경력까지 포함하면 그녀의 방송 경력은 6년차. 그녀에게 요즘 방송계 MC가 대부분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다고 물었다.
 

▲ 신아영 씨는 MC의 기회에 대해 "남자와 여자를 떠나 요즘은 MC의 기회가 매우 한정적"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화면에 보이는 MC뿐만 아니라 수십 명의 제작진들의 노고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분들이 기획 이전에 프로그램을 이끌 MC를 남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 방향과 색깔을 염두에 두고 MC를 찾던 중 남자로 구성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난 것 같아요. 요즘 시청률이 꽤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남자 MC들이 많은데,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현상도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남자와 여자를 떠나 요즘은 MC의 기회가 매우 한정적입니다.성별을 구분해 기회를 주고 안 주고가 아니라 MC 기회 자체가 적은 것이 아쉽습니다.”

MC 기회, 결국 개인의 ‘경험치’
현재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4명의 MC 중 홍일점인 그녀에게 현장에서 여자라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물었다.

“여자 MC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다기보다는 방송을 하면서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해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여자 MC라서 불이익을 당했다거나 특별히 힘든 점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이전 스포츠 방송을 진행할 때 아쉬운 점은 있었습니다. 스포츠 방송은 MC가 주로 여성입니다. 해설위원으로는 선수 출신 분들이 출연하고요. 단독 MC가 여성이지만, 프로그램을 이끌어 감에 있어 여성 MC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부분은 개인적으로 안타깝지만 선수 출신인 해설위원 분들이 해설을 전문적으로 잘 하시기 때문에 주도적인 인물로 비춰졌을 것입니다. 이때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결국은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개인의 노력과 경험치가 얼마나 쌓이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을 이끄는 능력이 생기고, 이에 따라 MC의 기회도 주어지는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MC계는 남성들이 득세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여성들에게 꽉 막힌 분야는 아니다. 여성 나름대로의 특성을 살린다면 기회는 더 많을 것이다.

“스포츠는 승패가 명확합니다. 기록이 눈에 보이죠. 경기 결과에 따라 아나운서가 승리한 선수와 패한 선수 모두에게 질문을 하는데 당일 패한 선수에게 질문을 너무 직접적으로하면 자칫 선수의 기분이 상할 수 있어요. 패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죠. 이런 부분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좀 더 부드럽게 풀어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부분이 여성에게 좀 더 유리다고 볼 수 있죠. 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우회적으로 하는 걸 여성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어려운 질문을 쉽게 풀어 가면 질문의 폭도 넓어질 수 있고요.”


이름을 알리기보다 노력하는 방송인으로 불렸으면
그녀는 요즘 아나운서로 고정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느끼지 못했던 ‘진행의 간절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때문에 고정적인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 하지만 프리랜서 직업은 개인의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매력적이라고 한다.

“프리랜서로 활동하시는 분들은 대개 ‘더 이상 나를 안 불러 주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저처럼요(웃음). 프리랜서 선언 직후에는 이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보이지 않는 불안감에 휩싸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계속 불안해하고 압박감에 시달리면 스스로 한계를 긋고 스스로를 가두는 일이라고 생각해 이제는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연찮게 찾아온 좋은 기회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구성원 중 한 명이 된 그녀. 그녀는 많은 제작진과 3명의 남자 MC들의 입담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은 무임승차한 기분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조금 더 경험을 쌓아 더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일조하고 싶단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오랫동안 방송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점점 나아지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프로그램을 잘 이끄는 MC가 되고 싶어요. 현재 제 이름 신아영을 제대로 알린 프로그램이 없지만, 그보다는 훗날 ‘신아영이 이끈 프로그램에서는 편하고 재밌게 방송할 수 있었다’는 소리를 더 듣고 싶어요. 요즘 방송 일을 하면서 여러 모로 많이 배워 가고 있습니다. 흔히 ‘잘 되면 남 탓이고 안 되면 내 탓’이라는 말이 있는데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웃음).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타인에게는 관대해야 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도, 방송 일을 함에 있어서도 필요한 면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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