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JOB으로 가는 길] ③ 스포츠 에이전트 :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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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JOB으로 가는 길] ③ 스포츠 에이전트 :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8.02.2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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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업 일자리 : 현직자 인터뷰

 “다른 건 몰라도 선수들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에이전트의 역사에 있어 2018년 2월 1일은 특별하다. 처음으로 프로야구에 선수 대리인(에이전트) 제도가 시행된 날짜로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의 이예랑 대표는 4년 전부터 대리인 제도가 곧 프로야구에 도입될 것이라 내다보고 에이전트로서의 길을 닦아왔다. 유망한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메이저리그 공인 에이전트로서 김현수·박병호 선수와 같은 유능한 선수들이 메이저리거로 활약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난 1월 5일, 미국출장 후 곧장 이어진 KBO 에이전트 시험까지 마친 이예랑 대표를 만났다.

 스캇 보라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에이전트다. 여러 논란은 있지만, 그가 에이전트를 상징하는 인물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가 체결한 계약의 규모는 전설처럼 회자된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주목한다면 에이전트를 선수들을 대신하여 계약만 체결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보라스는 ‘계약은 수많은 스포츠에이전트의 업무 중 마지막 단계일뿐이다’라는 말을 통해 에이전트를 표현했다. 이예랑 대표는 선수가 오직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에이전트라고 설명했다.

 “계약은 전부이기도 하지만 전부가 아니기도 합니다. 물론 좋은 계약을 통해 선수에게 성과와 걸맞은 연봉을 받도록 하는 것은 중요해요. 그러나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에이전트는 마지막에 선수에게 큰 계약을 안겨주고 그 다음에 또 다른 좋은 계약을 맺기 위해 몇 십 년을 선수와 함께하는 직업이에요. 프로야구의 경우 고졸 신인이 FA 신분이 되기까지는 대략 9년, 어쩌면 그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립니다. 그 기간 동안 매니지먼트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정말 많아요. 때문에 에이전트에게는 선수가 최대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성장의 시간을 함께 감당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수가 성장해야 에이전트도 함께 성장할 수 있죠. 하나의 계약을 따기 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 기다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하는 일은 계약을 위해서기도 하지만 계약만을 위해서는 아닙니다.”


 에이전트 제1 덕목, 높은 도덕성
 이 대표는 계약서를 검토할 때 법적인 논리뿐만 아니라 규약과 이후 선수에게 일어날 영향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이 질문하시는 것 중 하나가 에이전트가 되려면 로스쿨을 가야 하느냐, 변호사가 되어야 하냐는 겁니다. 도움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죠. 변호사가 에이전트를 못하리란 법도 없지만, 에이전트가 변호사가 아니라서 일을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법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과 규약 숙지도 중요하기 때문이죠. 선수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다고 가정할 때, 법적으로는 소송을 통해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가 그라운드 안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가’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선수에게 피해가 생기는 것은 없는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또한 법에서는 문제가 안 되는 경우도 규약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도 꼼꼼히 체크해야 하죠.”

 이 대표는 선수들에게 일에 대한 모든 것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에이전트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 믿고 있다. 때문에 그는 에이전트에게 보통 사람들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 대표는 스스로에게 늘 높은 도덕적 잣대를 세우고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고 점수화하면서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현수 선수와 처음 계약할 때 약속한 것이 서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선수가 원하는 것 100가지를 다 들어줄 순 없을 겁니다. 그러나 선수에게 모든 것을 정직하게 공개하는 것은 약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선수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점은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선수가 갈 수 있는 구단이 가장 돈을 많이 주는 B 구단, 우리와 관계가 좋은 C 구단, 조건은 다른 구단에 비해 좀 부족하지만 선수가 갔을 때 가장 행복할 수 있고 다른 장점도 많은 A 구단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그리고 에이전트는 자신에겐 B 구단이 가장 매력적이고 선수에게는 A 구단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합시다. 그 에이전트가 저라면, 저는 이 경우에도 A, B, C의 세 조건을 모두 선수에게 공개합니다. 선수의 마음을 제가 100% 알 수도 없을 뿐더러 마지막 선택을 하는 주체는 선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에이전트는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에게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고 잘 설명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벽 높아도 노력으로 넘을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 에이전트는 아직까지 생소한 직업이다. 이에 이예랑 대표는 지난 2016년과 2017년, 두 번의 ‘응답하라 에이전트’라는 강연을 통해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외부 강연도 가끔 다니는데, 정말 에이전트가 되고 싶은 분들만 모아놓고 제 노하우를 좀 들려주고 싶어서‘응답하라 에이전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장소를 대관하는 것도 모두 제게는 지출이지만, 저는 이 일을 사회공헌활동으로 보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를 준비하는 분들은 질문을 할 곳도, 답을 들을 곳도 없거든요. 저 역시 에이전트로 활동을 하기 전에 미국 에이전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맨 땅에 헤딩하듯 어렵게 정보를 얻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제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배울 수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저도 제가 아는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강연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메일을 통해 에이전트에 대해 질문을 하는 이들이 많다. 주로 묻는 것은 어떻게 에이전트가 될 수 있는지, 체육을 전공해야 하는지, 외국어는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이다.

 “에이전트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전공이 따로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외국어 능력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영어는 완벽하게 하는 것이 좋고, 스페인어나 일본어, 중국어를 추가로 공부해도 좋아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규약부터 잡아보세요. 또한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도 좋습니다. 공부를 정말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예요.”

 지금은 업계에서 인정받는 에이전트로, 외부에서도 ‘라인업 좋다’고 할 만큼 훌륭한 선수들이 소속된 에이전시의 대표로 있는 그이지만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선수출신도 아닌 데다 30대 중반으로 적지 않은 나이에 시작했기에 맨몸으로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한 선수를 만나기 위해 몇 시간을 달려가 3일 밤낮을 연락만 기다린 적도 있었다고. 공부도 많이 했다. 프로 경기 외에도 2군 경기, 고등학교 경기까지 보러 다녔고, 선수가 스파이크의 종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알아듣지 못해서 모든 프로구단의 1군 타자들이 신는 브랜드를 정리하고 어떤 종류를 선호하는지 분석하기도 했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했던 덕분에 이제는 선수의 발 모양만 봐도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알 정도가 됐다.

 “사실 제가 일을 시작하던 당시 에이전트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전혀 없었어요. 돈을 벌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죠. 하지만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에이전트에 대한 수요가 늘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적어도 2017년이나 2018년에는 공인 에이전트 제도가 생길 것이라 보았고요. 그래서 3~4년 정도는 고생할 각오로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뛰어들고 나서 지금까지도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현실의 벽이 높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좀 더 노력하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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