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JOB으로 가는 길] ④ 스포츠 기자 : 민기홍 <스포츠Q>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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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JOB으로 가는 길] ④ 스포츠 기자 : 민기홍 <스포츠Q> 기자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8.02.26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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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업 일자리 : 현직자 인터뷰


“제 자기소개서를 보시더니 꼭 뽑아야겠다고 하셨죠”

 스포츠 기자는 여러 모로 매력적인 직업이다. 스타 선수를 직접 만나고 에너지 가득한 경기장을 사무실로 삼는다. 그라운드를 달리는 선수를 보며 기자들의 손가락도 키보드를 질주한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포털사이트 메인은 경기 결과를 알리는 기사들로 촘촘히 장식된다. 현장의 열기를 몸소 느끼며 자신의 이름을 건 기사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모습은 때론 스타선수 만큼 화려해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애환도 만만치 않다.

 현장을 담는 스포츠 기자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다. 특히 스포츠를 아끼는 이들에게는 두말할 필요 없는 최고의 인기 직업이다. 민기홍 기자도 스포츠를 좋아하는 마음에 스포츠 산업에 진출하게 됐다.

 그러나 이전까지 스포츠 기자를 꿈꾼 적은 없었다. 물류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할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평생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포츠와 관련이 있는 여러 활동을 하면서 무엇을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지만 막연히 스포츠마케터를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졸업을 하던 즈음, KBO부터 이벤트 대행사, 게임회사, 야구공 제조사 등 여러 곳에 원서를 넣었다. 당시 막 문을 연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Q’에도 지원했다. 여러 회사에서 합격 소식이 왔고, 그의 이력을 흥미롭게 여겨‘채용계획은 없지만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연락도 받았다. ‘스포츠Q’에서도 연락이 왔다.

 “‘스포츠Q’에서 제 자기소개서를 보시더니, 꼭 뽑아야겠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월급 듣고 기겁해서 안 가겠다고 했어요(하하). 그래도 한번 해보자고 하셨죠. 사람 만나 조곤조곤 떠드는 걸 좋아해서 스포츠 게임회사나 의류 회사의 제안을 뒤로 하고 스포츠 기자가 되었습니다.”


 팟캐스트로 이어진 인연
 '스포츠Q' 외에도 여러 회사가 관심을 보였던 것이 단박에 수긍이 갈 만큼 그의 이력은 독특하다.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며, ‘비즈볼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팟캐스트를 제작하고 출연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은 기자생활을 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트루볼 쇼’라는 야구 관련 팟캐스트를 한 적이 있는데, '야구 왕자'라는 별명으로 좀 까불었었어요(하하). 게스트를 맨 땅에 헤딩하듯 섭외해 직접 모셔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업계에 좀 유명한 분이라면 어떻게든 연락을 드렸어요.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지금은 강원FC 대표이사로 계시는 조태룡 대표님이 넥센히어로즈 단장이실 때, 넥센히어로즈에 대한 팟캐스트를 만들어서 단장님께 보내드렸었죠. ‘저희가 이런 걸 녹음했는데 한번 들어보시겠습니까?’하면서요. 그랬더니 3주 뒤에 답을 주셨습니다. 저희를 초청하시겠다는 것이었죠. 갔더니 저희를 위한 음식도 마련해주시고 야구 경기도 지정석에서볼수있게해주셨어요. 그리고 나서는 단장실에 들어가 직접 단장님과 미팅을 했는데, 저희보고 ‘골 때린다’는 표현을 쓰시더라고요(하하). ‘도대체 뭐하는 애들인데 이렇게 퀄리티가 괜찮은 팟캐스트를 만들었냐’고도 하셨죠. 그리고 저희가 만든 팟캐스트를 넥센히어로즈의 전 직원들에게 다 듣도록 하셨답니다.”

 이런 이력 덕분에 민 기자는 기자가 되기 전부터 스포츠 업계에 얼굴 도장을 확실하게 찍어뒀다. 여러 활동을 하며 친해져 그를 편하게 ‘기홍아’하고 부르던 업계의 실무자들이 이제는 취재원이 되어 그를 ‘민 기자’라고 부른다. 여전히 ‘야구 왕자’라고 하면 알아보는 이들도 많다.

 “덕분에 기자가 되어서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어요. ‘너는 뭐 이렇게 아는 사람이 많냐’는 얘기를 자주 들었죠. 물론 아는 분들을 모두 취재원으로 대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취재를 하러 갔는데 아는 분이 계시면 반갑고 여러 모로 편하죠.”

 직접 야구부를 창단하기도 했다. 동기와 후배들의 도움을 받아 학부에 야구부를 만들고 야구박람회에도 나갔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스포츠용품의 유통과정과 홍보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야구부를 만드는 것이 단순히 공을 주고받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배우려고 목적의식을 두고 활동했죠. 야구부를 만들면서 사회인 야구시장과 스포츠용품의 유통과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중고물품 거래는 어떻게 이뤄지는지부터 하나하나 직접 부딪혀 해결해야 했거든요. 야구 박람회를 준비하면서는 이벤트를 여는 데 얼마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지, 무슨 일을 하는지, 홍보를 어떻게 하는지 배웠고요. 덕분에 저는 체육회와 산하 가맹단체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 가는지, 컨퍼런스 등의 행사를 할 때 협찬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기자를 하는 데 있어 이 때 배웠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야마’를 잡기 위한 고군분투
 스포츠 기자는 스포츠 전체 종목을 취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각자 주요 분야를 나눈다. 보통 두 종목씩 맡되 야구와 축구 중 하나, 배구와 농구 중 하나를 맡는 식이다. 그리고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가 있을 때에는 각 종목별로 담당 기자가 정해진다.

 스포츠 전문 기자가 모두 경기에 대한 글만 쓰는 것은 아니다. 민 기자는 스포츠 산업 카테고리를 맡아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때문에 주로 공항이나 호텔, 태릉선수촌 등을 출입한다. 포럼이나 세미나가 있으면 찾아가서 기사를 쓰기도 한다.

 현장에서 바로 기사를 ‘쏘기’ 때문에 노트북 펴고 앉는 곳이 사무실이 된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시간이 모두 근무시간이다.

 “매체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저의 경우에는 사무실 출근을 잘 안 해요. 현장투입이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보니 카페나 집에서 일을 할 때도 많습니다. 야간 경기가 있을 때는 자정 넘어 일을 마치기도 합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경기가 있으면 실시간으로 지켜보다가 쓰는 경우도 있죠. 자연히 쉬는 날은 불규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말에 하루는 무조건 일해야 하고요. 대신 평일에 하루 쉬기는 합니다. 결과적으로 주 5일 근무가 지켜지지만 노동량은 6일 못지않아요(하하). 그래서 체육기자에겐 체력이 필수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극적인 역전의 순간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미리 기사를 준비해뒀는데 경기결과가 뒤집히면 기사도 모두 다시 써야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9회말 없이 경기를 끝내주는 홈팀이 가장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신나게 취재를 했는데 ‘야마’가 안 잡히는 때도 곤혹스럽다. ‘야마’란 기사의 핵심내용을 일컫는 언론계의 은어다.

 “기자는 ‘야마’를 잡는 직업입니다. 장황한 말 속에서도 핵심을 짚어낼 수 있어야 하죠. 경기를 놓고도 경기장 분위기를 야마로 잡을 수도 있고,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는 점에 의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인데다 로봇이 기사를 쓰기 시작하면서 기자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 기자는 이런 어려움을 ‘진심’으로 헤쳐 나가고자 한다.

 “경기 현장에서 느껴지는 울림은 정말 큽니다. 고된 몸과 마음을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죠. 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철학을 알아가는 것도 역시 매력적입니다. 기사에도 진심을 담아야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기사는 로봇이 절대 흉내낼 수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사들이 몇 개 있는데, 휴머니즘을 담은 기사들이예요. 진한 감동을 주는 콘텐츠는 오직 인간만이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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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4 20:20:58
민기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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