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격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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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분위기가 좋았다고 합격하지는 않습니다”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7.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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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담당자가 생각하는 탈락 요인 ① 김한기(가명·41) 상품 종합도매업체 A사 인사담당자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2005년 첫 넥타이를 맨 김한기(가명·41) 씨는 인사 담당만 13년째 맡고 있는 인사 베테랑이다. 첫 사회생활은 구성원이 적은 중소기업이었다. 이곳에서 인사 경력을 쌓고, 중견기업으로 옮겼다. 그리고 7년 전 현재의 기업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간혹 주변에서 면접 분위기가 좋아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분들이 있는데 면접분위기와 면접 평가는 별개”라고 일침을 놓았다.


Q. 지원자에게 탈락 이유 안내를 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내가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크게 세 가지라고 봅니다. 첫 번째는 서류든 면접이든 합격과 탈락의 기준을 나타내는 ‘수치’가 없습니다. 점수(숫자)로 표현하면 합격과 탈락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아 탈락 이유 안내가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면접을 두고 본다면, 열정이나 도전정신 등 면접의 평가 항목이 회사마다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치로 점수를 매기기보단, 면접관의 ‘직관(直觀)’에 의존하고 이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1,2차 면접 모두 면접 체크 리스트가 면접관에게 주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관의 ‘직관’이 많이 반영되죠. 직관은 말 그대로 본능적인 느낌입니다. 감정에 근거한 빠른 판단과 관련된 느낌이기 때문에 이를 탈락한 근거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합격한 사람의 ‘어떤 점’이 더 나아서 합격했다고 말하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A 지원자가 합격하고 B 지원자가 탈락했습니다. 이때 B 지원자가 A 지원자보다 특별히 ‘어떤점’이 부족하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스펙’이 대동소이하고 면접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했을 때, 콕 집어 어떤 점이 더 낫다 혹은 부족하다는 점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외적으로 탈락 사유를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A 지원자와 B 지원자 간의 변별력이 뚜렷하지 않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또한 탈락한 분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주기 어렵습니다.

탈락 사유 안내가 힘든 점은 채용 전형이라는 것이 정량적인 수치로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임을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Q. 기자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구직자분들은 서류 전형에서 탈락한 이유의 공통점으로 ‘지원직무 관련 경험 부족’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지원직무 관련 경험 부족보다는 직무 이해도, 회사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 지원 직무의 준비상태 등이 자기소개서에 잘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컨대 지원 직무가 인사직이라고 할 때, 인사와 관련된 노무사 자격증, 인적자원지도사, 직업상담사 등과 같이 직무와 관련된 준비를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지원직무 관련 경험보다는 이처럼 지원직무에 얼마큼 준비되어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봅니다.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면접에서 탈락한 사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면접관의 눈에 띄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회사의 인재상과 부합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보다는 그 조직에 맞는 인재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지원직무가 영업이라고 했을 때 영업조직에서 기대하는 성향, 인상, 외모 등이 있습니다. 이때 이와 비슷한 인재를 선호하게 됩니다.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죠.
 

Q. 그럼에도 지원자 입장에선 탈락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 공채의 경우 서류에서만 경쟁률이 많게는 수천대일입니다. 그리고 1차 면접에서도 수백대일이고요. 인사담당자 입장에서 그 수많은 탈락자 분들에게 탈락 이유를 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탈락 이유 안내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탈락 이유 안내는 NCS 기반의 시험, 구조화된 면접 등이 정확하게 시행돼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Q. 지원자 중에는 면접장에서 관심을 많이 받아 합격을 예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어떤 이유로 탈락했다고 봐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면접 분위기가 좋으면‘합격할 것 같다’고 예상하시는 것 같습니다. 면접 분위기는 면접관들이 갖는 마인드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면접에 들어오는 면접관들 서로 친분이 있으면 분위기가 좋습니다. 또는 면접자와 피면접자 간의 소통이 잘 될 때도 분위기가 좋고요. 그런데 면접자는 단순히 피면접자와 소통이 잘 되는 정도로 생각할 뿐입니다. 면접자는 피면접자를 평가할 때 회사와 맞는지를 최우선으로 봅니다. 때문에 피면접자와 소통이 잘 된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피면접자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봅니다. 덧붙여 말씀드리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의 경우, 면접에서 면접과 관련 없는 질문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흘러가 지원자는 합격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지원자의 착각일 가능성이 큽니다. 면접 분위기과 합격 여부는 별개입니다.


Q.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는 ‘면접 분위기가 좋으면 떨어지고, 오히려 면접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붙는다’라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면접 분위기가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기업 공채의 경우 서류 전형에서 최종 면접까지의 일정이 며칠에 걸쳐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면접관도 피로할 수밖에 없고요. 면접관은 첫 날 첫 시간 혹은 마지막날마지막 시간에 컨디션이 대체로 좋습니다. 면접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면접을 오랫동안 보면 힘들고 지칩니다.

지원자 스스로 면접 분위기로 합격을 예상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저 또한 경력직 채용으로 면접을 볼 때, 분위기가 좋았다고 생각해‘합격’을 예상했지만 최종 탈락한 경험이 있습니다. 반면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 같았는데 붙은 적도 있고요. 분위기는 이처럼 모호한 개념입니다.
 

Q. 지원자들은 탈락한 이유를 알고 싶어 인사담당자에게 문의를 해야 할지 고민하지만, 문의하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습니다.
탈락한 이유를 문의하기에 앞서 문의하는 기업에서 재 지원 시감점을 하는지를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재 지원자를 선호하지 않는 회사에 탈락 이유를 묻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연락을 취할 경우 차후 재 지원했을 때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원자가 탈락한 이유를 알고 난 후에 개선할 생각이 아니라면 탈락 사유는 묻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유는 인사 담당자도 구체적으로 탈락 사유를 안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도 문의한 지원자가 어떤 이유로 탈락했는지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지원자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한 상황도 있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Q. 일부 기업에서 AI(인공지능)를 도입해 인재 채용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I 활용이 앞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나 한계점이 분명 있다고 봅니다. AI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심화학습을 해 결과를 도출하는 것입니다. 인재 채용에 활용될 수 있는 빅데이터는 기업 내에서 선호하는 인재상, 인재상을 나타내는 키워드 등이 있을겁니다. 핵심적인 키워드 혹은 선호하는 문장 패턴으로 지원서를 선별한다고 한다면 차후에 합격 자기소개서를 지원자가 보고, 이를 바탕으로 자소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는 AI를 활용한 서류 전형에서 구직자가 얼마든지 대비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AI를 활용해 면접을 볼 경우에도 AI가 카메라를 통해 지원자의시선처리, 긴장의 정도, 말하는 속도, 주로 사용하는 어휘 등을 고려해 평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지원자가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을 기계에 의존할 수 있는 부분인지 의문이 듭니다.


Q. 곧 하반기 공채가 시작됩니다. 취업준비생이 현 시점에서 주력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직무를 명확히 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시기 바랍니다. 채용시장의 성패는 직무적합성임을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서류에서든 면접에서든 지원자의 지원 목적이 일정 부분 드러나게 됩니다. 단순히 채용 인원이 많아서 혹은 회사의 네임 밸류만을 보고 지원하는 등의 지원목적은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Q.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의 체크 포인트는 무엇인지요?
자기소개서에는 미사여구 없이 간단명료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문장력을 본다는 의미입니다. 문장력을 보는 이유는 입사 후 회사 업무를 보고서 작성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기초적인 문장력이 없으면 적응이 어렵습니다. 회사에서도 일을 맡기기 어렵고요. 그리고 간혹 글자 수 제한에 강박관념을 갖는 분들이 계신데, 문항 당 글자 수가 500자라고 한다면 2/3 이상은 채워야 합니다. 지나치게 짧으면 성의가 없어 보입니다.

요즘 면접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조직 적응력’입니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하시면 좋은 결과를 얻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준비 해온 답변을 나열하지 못하도록 까다롭게 질문하는 추세입니다. 인성면접의 경우 자기소개를 주문하지 않고, 질의응답 위주로 진행되는 추세입니다.
 

Q. 앞으로 채용 시장의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고 계신지요?
앞으로 공채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공채는 즉각적인 인력 대응이 어려운 채용 방식입니다. 공채로 인해 회사는 여러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특정 직무에 특화된 인재를 선호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수시채용 비중이 높아질 것 같고요. 수시채용의 경우 인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우대할 것입니다. 인턴경험은 ‘조직 적응력’을 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지원직무와 관련이 없는 인턴 생활이어도 경험이 있다면 우대할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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